경전 속 유마는 특이한 인물이다. 출가 사문도 아니고 브라만이나 귀족 출신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저잣거리의 장사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불교의 흐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사문들이 수행을 위해 조용한 숲으로 들 때, 그는 시끄러운 시장바닥을 수행처로 삼았다. 세상의 온갖 시끄러움을 화두 삼아 불법의 대의를 얻었다. ‘번뇌가 곧 보리’이고 ‘중생이 곧 부처’라는 깨달음으로 부처님의 10대 제자를 차례로 논파했다. 깨달음의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 보살들까지 제압했다.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 앞으로 나아갔다.
이 책은 저자가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지옥의 중생 하나라도 건지겠다”는 서원을 유마라는 인물을 통해 형상화한 소설이다. 오로지 나의 깨달음만이 중요했던 외눈박이 독각의 시대. 그 시대에 참다운 수행과 깨달음이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웅변했던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유마를 30년 동안 가슴에 품었다”고 밝히고 있다. 중생이 아프기에 그도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리고 유마를 통해 전해진 중생을 향한 그 아픔은 그를 떠나 이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 됐다. 1만4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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