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원효의 화쟁사상을 재해석해 한국의 꽉 막힌 사회현실을 풀어내려는 흥미로운 시도다. 국가의 재도약을 위해 화쟁적 협업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정대 스님의 유발상좌로 조계종 교육원이 주관하는 2년제 서울불교전문강당을 졸업한 신심 깊은 불자다. 그의 불교적인 사유와 해결방식은 그동안의 사회활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저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제7~8대 정규직 노동조합위원장 시절, 정규직보다 2배 이상 많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냄으로써 노동계뿐만 아니라 세간의 깊은 관심을 모았다. 또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을 활용한 신용회복기금 설립을 주도해 신용불량자의 채무재조정 및 금융소외자를 위한 대안금융 제도의 정착에도 크게 기여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를 거쳐 현재 한국에너지공단 상임감사로 재직 중인 그는 원효 스님의 화쟁을 온갖 대립과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화쟁을 금강의 보검으로 삼으면 능히 우리 한국을 국가경쟁력 세계 1위 금메달 국가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협업에 화쟁의 브랜드를 부착해 ‘화쟁협업’의 활성화를 제안한다. 협업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제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양변을 포괄해 초극하는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둬야하는 데 그 열쇠가 화쟁인 것이다. 저자는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년 일자리를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협업으로 접근하면 ‘일자리’ 관련 부서들의 협업체 구조로 되지만 화쟁협업으로 접근하면 ‘미래세대’ 관련 부서들의 협업체 구조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화쟁이야말로 매우 창조적이고 강력한 국가발전, 사회발전, 지성발전, 개인발전의 원동력이라며 극찬한다. 둘 다 죽는 중생투쟁을 지양하고 둘 다 살리는 부처화쟁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사자처럼 강해진 개개인들 융합 관계에 있어 사자와 사자와의 투쟁을 승리하더라도 공멸의 길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상생협력하려면 화쟁사상이 반드시 필요하고, 화쟁보다 더 나은 창조적 융합의 방법은 없다는 것이 저자의 확신이다.
다만 북한의 사회체제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비판이 남북이 화쟁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1만5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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