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불화가 들려주는 불교에 귀 기울이다

  • 불서
  • 입력 2016.01.18 17:46
  • 수정 2016.01.18 17:47
  • 댓글 0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 정병삼 지음 / 풀빛

▲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발길이 닿는 곳마다 2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절이 있다. 절에는 전각마다 수많은 불화들이 존재한다. 화려함과 미적인 아름다움으로 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보다. 불화가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 때문인지 예배만 할 뿐 그 속에 담긴 가르침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불화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롯하게 녹아있다. 불화는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낸 일종의 장엄물이다. 팔만사천의 방대한 불법의 바다를 그림으로 응축한 것이 불화라고 본다면 불화의 내용을 이해함으로써 불법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듯하다.

‘그림으로 보는 불교 이야기’는 그만그만한 불화해설서가 아니다. 불화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문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지닌 책이다. 불화해설서는 시중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거나, 현학적인 학문적 이해에 몰두하면서 불화는 소수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돼버린 측면이 있다. 이 책은 이런 불화를 둘러싼 불편한 감정을 시원하게 해소하고 있다. 불화가 지닌 예술성은 물론 그 속에 담긴 가르침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해설서와는 눈높이를 달리하고 있다.

책은 2000년 출간됐다. 최근 새롭게 발간된 책은 기존의 책을 다시 보완하고 수정한 개정판이다. 이 책은 15년이 다 된 지금까지 불교와 불교미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십여 년 간 간송미술관 수석연구원을 지낸 뒤 1991년부터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오랜 세월 불교 미술사를 연구한 저자의 신심과 학문적 깊이가 엿보이는 책이다.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화를 중심으로 불교의 세계와 가르침을 섬세하게 풀어낸 점이 장수 비결이다.

책은 불화를 통한 불교입문이라는 일반인들의 기호와 교리 이해를 통한 심도 있는 불화공부를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킨 보기 드문 역작이다. 그러나 저자의 입장에서 15년의 세월은 그냥 흐르지 않았다. 연륜이 깊어갈수록 축적되는 학문적 성과를 반영하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첨가해 더욱 풍성하고 뛰어난 화질의 불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개정판 탄생의 인연이 됐다.

▲ 불화는 신앙의 대상이자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장엄물이다. 그림은 화계사 칠성탱(1861년).

책 속에는 영산회상도, 팔상도, 화엄탱, 극락회상도, 나한도 등 전각에 걸린 거의 대부분의 불화가 등장한다. 저자는 불화를 통해 부처님의 탄생과 출가, 보리수 아래에서의 깨달음, 부처님의 제자, 불교에서 말하는 정토와 지옥의 세계, 가람을 지키는 각종 신들, 불화의 배경이 된 각 경전에 대한 설명을 조근하게 풀어놓는다. 불화를 통해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느끼게 하려는 저자의 배려가 놀랍다.

불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에 대해 자세한 소개도 일품이지만 조선시대 대표 화가였던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불화까지 살뜰히 찾아 내 당시의 신앙과 수행의 모습을 드러낸 것 또한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불화 속에 함께 있지만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을 불러내는 솜씨는 대단하다. 부처님께서 발길 닿는 곳마다 설법을 했지만 가장 즐겨 설법한 곳이 영취산이다. 그 영취산에서의 설법 장면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 영산회상도다. 부처님의 설법이 직접 이뤄지는 장면이기 때문에 장엄과 감동이 충만하다.

그래서 불화에는 부처님과 십대 제자, 무수하게 많은 보살과 신들, 수많은 청중이 등장한다. 그러나 화려한 보관을 쓴 보살과 신들, 제왕들 대신 파르라니 깎은 뒷머리의 비장한 스님과 대중들 속 보일 듯 말 듯 다소곳한 공양인들을 발견하는 안목을 선사하는 것도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불화는 사찰에 홀로 있지 않다. 이 책과 더불어 지금 우리 곁에 있다. 2만8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