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표 동국대 교수의 발원
김용표 동국대 교수의 발원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6.01.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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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이 역사를 바꾼 사례를 종종 목격한다. 시대를 앞지른 정신이 일으킨 잔물결, 그것이 변화의 조류가 되고 마침내 세상을 뒤덮어버리는 광경. 대중은 그때서야 자신들이 무엇에 직면해왔는지를 깨닫고는 뒤늦게나마 찬사를 보내며 그가 걸어왔던 길을 복기한다. 이는 옛 성현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각 분야의 ‘누군가’들은 결국 거대한 조류가 되고야 말 물결을 조금씩, 조금씩 세상에 흘려보내고 있다.

2002년 1월, 한국불교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사건이 일어났다. 국제불교문화사상학회가 국내 유일의 불교영문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 Culture(IJBTC)’를 창간한 것이다. “한국불교가 중국불교의 아류인 만큼 독립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세계 석학들의 입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IJBTC 발간은 한국불교 세계화에 분기점이 돼줬다. IJBTC는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년 2회씩 발간을 이어왔으며 세계 각국 150여개 학술기관과 도서관에 배포됐다. 특히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에모리, 노스위스턴대학 등 해외 유수의 대학 도서관 20곳에서 정기구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2집에 실린 12편의 원효 스님 관련 영어논문은 미국과 노르웨이 등 서구에서 한국불교학 강의교재로 쓰이고 있으니, 한국불교학을 세계에 알리고 해외학자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를 오롯이 지키며 쉼 없이 달려온 셈이다. 그렇다면 IJBTC를 이곳까지 이끌어 온 ‘누군가’는 과연 누구였을까.

시간을 2002년 1월로 되돌려보면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다. IJBTC는 그가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일으킨 변화의 조수였다. 편집위원장으로서 재정적 어려움으로 폐간 위기에 몰렸어도, 때로는 오해와 시기에 시달렸어도 자리를 지키며 스스로에게 약속한 한국불교 세계화를 향해 묵묵히 걸어왔다. 현재까지 총 25권의 IJBTC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학자들의 손에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근념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김규보 기자
이제 그는 교수로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IJBTC를 향한 애정과 열정만은 식지 않고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과 협업시스템 구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지속적인 재원 확충과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으로 학술지의 질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국제저명학술지로서 위상을 정식 인정받기 위해 A&HCI와 SCOPUS에 등재하겠다는 또 하나의 발원은 그렇게 현실이 돼가고 있다.

밝은 눈으로 들여다보면 이 땅의 불교학계에 일고 있는 변화의 조류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수많은 김용표 교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29호 / 2016년 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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