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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자비 정신으로 보시하고 계율 지키는 것이 성도의 핵심

▲ 현응 스님은 “자비는 부처님이 6년 수도 끝에 깨달은 비밀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성도절은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도절에 대해 바르게 알고자 한다면 부처님께서는 왜 도를 이루고자 하셨는가, 어떻게 하여 마침내 도를 이루시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성도를 위해 부처님은 출가를 했고 6년간 설산고행을 했습니다. 출가를 하게 된 계기와 고행을 한 동기와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 동기와 목적을 이룬 것이 성도입니다.

지계·보시의 궁극적 목적은
남 해치지 않고 돕는 자비행

불교는 자비를 가르치는 종교
팔만대장경도 자비로 귀결돼

탐진치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자비의 마음도 커질 수 있어

애초의 출발점은 생로병사라는 네 가지 문제였습니다. 우리 인생의 원천적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통, 불행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입니다. 여기에 네 가지가 더해져서 팔고라고도 합니다. 네 가지 문제에 더해 다섯 번째는 애별리고(愛別離苦), 좋아하는 이와 헤어져야하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입니다. 그런가 하면 여섯 번째 고통은 원증회고(怨憎會苦),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나 조건, 상황과 만나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 구부득고(求不得苦)는 획득하고 구하려 해도 성취하지 못하는 괴로움입니다. 명예, 돈, 사랑 등 사람들은 다양한 것을 추구하고 얻고 싶어 하지만 획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워하게 됩니다. 마지막 여덟 번째는 오온성고(五蘊盛苦),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불행과 고통은 이 몸이 있음으로 인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몸이 생겨난 것 자체가 고통의 원천이라는 것이죠.

이 여덟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님은 가족과 왕궁을 떠나 설산에서 6년간 수도를 했습니다. 그 결과로 음력 12월8일에 새벽별을 보며 여덟 가지 고통에서 벗어나는 비밀, 방법, 해답을 얻은 것입니다. 그것을 성도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깨달음의 내용은 이 여덟 가지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그 해답은 무엇일까요. 부처님은 성도하신 이후 여든 살까지, 무려 45년간 성도의 결과, 해답을 모든 중생들에게 설법하셨습니다. 성도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45년간 설하신 말씀을 살펴보면 그 속에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45년간 설법한 내용은 성도의 내용이자 깨달음의 내용입니다.

그 내용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이곳은 전국 2000만 불자 중에서도 신심이 장한 불자님들이 계시는 조계사이니 시험을 하나 보겠습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불교는 ‘이것’의 종교입니다. 불교는 지혜와 ‘이것’의 가르침입니다. 불교는 지혜와 ‘이것’의 가르침이지만 하나로 대표하여 말한다면 ‘이것’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이루신 깨달음은 그 후 45년 설법으로 펼쳐졌습니다. 부처님께서 성도 직후부터 설법하신 주 내용은 보시와 지계였는데 그것은 한 마디로 ‘이것’의 가르침입니다. 불자들이 염불하고 절하는 것도 부처님의 공덕을 염하면서 ‘이것’을 기르기 위합니다. 우리 불자들은 주위의 어려운 사람 약한 사람, 불행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상적인 ‘이것’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마침내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것’을 실천하는 자랑스런 불자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자비입니다. 자비는 부처님이 6년 수도 끝에 깨달은 비밀의 열쇠입니다. 고통, 불행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하여 깨달으셨고 그 해답은 바로 자비로 고통, 불행의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불교는 어떤 종교입니까”라고 물을 때 불자들이 여러 가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깨달음을 구하는 종교다, 도를 구하는 종교다, 마음을 맑히는 종교다 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교는 우리 삶의 괴로움과 불행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서 행복한 삶을 얻을 것인가에서 출발하고 그것은 결국 자비로서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종교입니다.

중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은 자비입니다. 자비심, 자비행을 통해 고통의 문제를 극복하고 고통과 불행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불교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불자들은 “불교가 어떤 종교냐”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자비를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불교 가르침의 핵심은 자비입니다.” 이것이 정답입니다. 최종적인 결론은 결국 자비심을 기르고 자비의 마음으로 남에게 보시하고 계율을 지켜 남을 도와주고 해치지 말고 빼앗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결론이었고 성도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자비심도 부족하고 행하더라도 늘 부족할까요. 나와 우리 주변이 불행하다면 바로 이 자비심이 부족한 것인데 왜 생각처럼 자비심이 우러나오지 않고 풍부하지 못하고 생각처럼 잘 행해지지 않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이 이유도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바로 탐진치(貪瞋癡)입니다. 욕심내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인데 이것을 하나로 줄이면 욕심, 즉 탐(貪)입니다. 진(瞋)과 치(癡)는 욕심을 따라갑니다. 욕심이 앞을 가리니 서로 간에 불만이 생기고 미워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저 사람이 갖고,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이루니 결국 미워합니다. 어리석음도 결국은 욕심이 앞을 가리니 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것입니다. 미워하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은 결국 탐, 욕심과 관련된 것입니다. 결국 모든 우리 삶의 잘못된 생각과 행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탐심입니다. 욕심내는 마음으로 인해 자비를 일깨우지 못하고 자비심을 갖지 못하고 자비행을 실천하지 못하고 실천하더라도 미흡하거나 작게 되는 것입니다. 욕심을 줄이고,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이 있어야만 자비심으로 우리사회와 주변을 따뜻하게 물들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자유, 해탈이라는 말도 많이 하지만 이것도 자비와 관련된 것입니다. 자비를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해탈입니까. 백팔번뇌라고 하지만 탐진치이고 이를 하나로 보면 욕심입니다. 자유, 해탈이라는 말도 번뇌, 욕심으로부터 해탈하고 자유로워지면 자비심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동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도도한 강물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 강물 밑에는 많은 중생들, 뭇 삶들이 거세게 흘러가는 물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중생들은 물결에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어떤 중생은 수초를 부여잡고, 어떤 중생은 바위에 매달려 있고, 또 어떤 중생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방편으로 어딘가에 매달려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중생이 불현듯 다른 마음을 냈습니다. 이 강물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심을 가진 것입니다. 이렇게 매달려서 매여있는 삶에 싫증을 느꼈습니다. 이 손을 놓아서 강물이 흘러가는 대로 간다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 모두가 그를 만류했습니다. “손을 놓는다면 거센 물결에 휩쓸려 바위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몸이 상할 것”이라며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숨 한 번 크게 고르고는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살에 휩쓸려서 떠내려갔습니다. 굽이마다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자 어느덧 두둥실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물위에 떠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 밑바닥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중생들이 무언가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돌려 하늘을 보니 어떤 사람 하나가 두둥실 날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강 밑에 있는 사람들은  물 위에 떠 있는 사람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강물에 휩쓸려 갈까봐 이렇게 힘겹게 붙잡고 있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편안하게 두둥실 떠있네. 저 사람은 우리의 구세주가 분명하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구원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나는 구세주가 아닙니다. 나 역시 당신과 같은 중생입니다. 다만 그대들도 붙잡고 있는 것을 놓기만 한다면 도도히 흐르는 이 물결이 당신들을 물위로 두둥실 떠오르게 할 것입니다.” 그 강물이 흘러 도착한 바다는 바로 자비의 바다입니다.

집안에 있는 물건 하나라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다 애착심과 관련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줄이고 어떻게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조정해 줄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은 불교가 성도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자비의 문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모든 자비는 자유, 해탈의 문제와 연관돼 있고 자유와 해탈 없이는 자비가 이뤄질 수도 없습니다. 유연하고 해방된 마음을 전제할 때만이 자비심을 이루는 것이니 쉽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의 자비심이 나오지 않습니다. 밥 한 숟가락 줄이고 옷 한 벌 줄이는 것도 자비심에서 시작됩니다. 자비심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렵고 힘든 삶들의 문제를 극복하고 고통을 완화하고 줄여 행복으로 나아가자는 각오가 오늘 성도절의 맞는 마음자세였으면 좋겠습니다.

생로병사의 네 가지 문제는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것은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네 가지 문제, 즉 좋아하는 것과 헤어지고 구해도 얻지 못하는 상황, 그런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움들은 사회적인 불행이기도 합니다. 부럽고 경쟁하고 질투하는 상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이나 나라끼리 경쟁을 하는 것과 다 연관돼 있는 문제입니다. 특히 현대인이 갖는 고통의 대다수는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늙고 병드는 문제도 있지만 치료를 할 수 있으면서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불행해지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불자들은 자비의 가르침에 입각해 욕심을 줄여야 합니다. 이웃에게 베풀고 나누고 배려하는 삶을 통해 인생의 네 가지 고통, 여덟 가지 고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불자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말고 자비심을 키워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어려운 시절, 힘든 시절에 서로 손잡고 도와줌으로써 사바세계의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자비 정신으로 한국사회를 따뜻하고 행복한, 자비가 넘치는 사회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자비의 의미를 상기하면서 성도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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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2016년 1월16일 성도절을 앞두고  서울 조계사가 개최한 철야정진법회에서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현응 스님은
1971년 해인사에서 종성 스님을 은사로 계를 수지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봉암사, 해인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다. 해인사승가대학에서 강의했으며 대승불교승가회, 선우도량, 실천불교승가회 등을 결성했다. 총무원 기획실장, 중앙종회의원, 불교신문사 사장, 해인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조계종 교육원장으로 교육개혁 불사를 이끌고 있다.

[1329호 / 2016년 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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