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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닦아서 얻는 것이 아니다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1.26 13:55
  • 수정 2016.01.26 13:56
  • 댓글 1

마조도일 스님은 ‘도(道)는 어떻게 닦는 것인가’를 묻는 한 스님의 질문에 “도는 닦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닦아서 이룰 수 있는 도라면 그것은 다시 무너지기 마련이니 이것은 성문(城門)의 도일뿐이다. 그렇다고 닦지 않는다면 그는 그냥 범부일 뿐”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삼천배 잘하고 못하는게
깨달음 조건 될 순 없어
분별과 차별서 벗어나면
그 자리가 깨달음의 자리

도를 닦는다 함은 곧 수행을 말한다. 아마도 불자들이라면 누구나 열심히 수행을 해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3000배며, 1만배 절 수행을 하거나, ‘금강경’ 7독씩 매일 독송을 하고, 대비주를 100독 이상 독송하는 등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오던 수행은 이처럼 끊임없이 혹독한 수행을 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좌절감을 맛본다. 수행을 잘하는 사람 앞에서 위축되기도 하고, 수행을 못하고 근기가 낮은 자신을 탓하기도 하면서 상대방과의 비교 속에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수행을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며, 타인과의 비교나 차별을 여의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수행 때문에 괴로워지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불자님들은 자신이 3000배를 몇 번 해보았고, 화두 수행을 몇 년 동안 했으며, 어떤 삼매를 맛보았다는 등의 자기 과시적인 수행 이야기를 드러내곤 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수행이란 이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수행을 하면서 남들보다 더 잘한다거나 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것은 양변에 치우친 극단이며 망상분별일 뿐 참된 중도가 아니다. 도가 만약 닦아서 얻는 것이라면 더 잘 닦는 사람과 잘못 닦는 사람 사이에 차별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도는 닦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잘 하고 못하는 차별이 없다. 수행은 무슨 운동이나 시험 같은 것이 아니어서,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빨리 도달하는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도달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닦아서 이룰 수 있는 것이 도라면 그것은 닦는다는 작위적인 노력을 통해 없는 것을 얻어 가진 것이므로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는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다. 도는 어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얻어 가질 수 있는 어떤 물건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 진리는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감춰져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찾아야 할 것이고,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내야 하겠지만 진리는 모든 곳에 환히 다 드러나 있다. 지금 이대로의 현실이 곧 진리요 진실이다. 이를 마조 스님은 ‘입처즉진(立處卽眞)’, 임제 스님은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고 하여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진리 아님이 없음을 설했다.

마조 스님은 “어떻게 도를 깨달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성은 본래 그대로 완전하다…, 다만 선이니 악이니 하는데 막히지 않을 수 있다면 그를 수도인이라 할 수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도는 없었던 것을 새롭게 얻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이렇게 본래 그대로 완전하게 구족되어 있는 것을 다만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다만 우리는 선이니 악이니 하고 둘로 나누어 분별하고 차별하는 망상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도를 보지 못할 뿐이다. 망상 분별심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 자리가 바로 깨달음의 자리인 것이다.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불교를, 수행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일단 도나 깨달음이나 수행에 대한 그간의 편견은 내려놓아야 한다. 수행은 특별히 근기 높은 이들만 할 수 있는 전유물도 아니고, 영적인 슈퍼맨들만 갈 수 있는 비좁은 길도 아니다. 바로 가장 평범한 당신이야말로, 이렇게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자연스러운 당신이야말로 이 공부에 가장 적합한 참사람이다.

 

 

 


[1329호 / 2016년 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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