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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을 깨달음으로 이끈[br]아내 제인 호킹의 사랑과 헌신

기자명 이병두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제인 호킹 지음 / 강형심·이주혜 옮김 / 씽크뱅크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물리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이름은 알 것이다. 전문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놓기도 했지만, 삶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의 장애를 안고서도 그와 같은 인간 승리를 이룩했다는 데 대한 놀라움이 더해져서 그를 더욱 유명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주연으로 수십 년 동안 세상에 보여준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모노드라마 무대 뒤편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과 눈물을 흘린 가족, 특히 배우자의 희생은 가려져 있었다.

이 책은 25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고유명사 ‘스티븐 호킹’이 일반명사 ‘호킹’으로 불릴 수 있게 자신을 희생했던 전 부인 제인 호킹의 회고담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같은 이름의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감동을 잊지 못하고 책을 사서 읽게 되었는데,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지원하고 고락(苦樂)을 함께 했던 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스티븐 호킹은 선사’라는 느낌을 여러 곳에서 받았다.

호킹의 박사과정 연구 계획을 거절한 프레드 호일 교수가 정상우주론(正常宇宙論)에 대한 최신 논문 출간을 앞두고 영국 왕립학회에서 저명한 학자들을 상대로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했을 때였다. 호일은 당시 영국뿐 아니라 세계 학계에서 위치를 확고하게 다지고 막대한 정부 자금 지원을 받으며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으로 된 연구 논문도 없는 그가, 겨우 두 발을 지탱하고 서서 호일과 그의 학생들과 나머지 청중들을 상대로 말했다. ‘방금 발표된 논문의 계산이 틀렸다’는 것이었다. 청중들은 경악했다. 이 뻔뻔스러운 일격에 심기가 불편해진 호일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죠?” 그는 자신의 새 논문을 논박하는 스티븐의 근거쯤은 쉽게 물리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는 스티븐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계산해봤습니다.” 스티븐이 대답하고는 덧붙였다. “제 머릿속에서요.” 결국 그 사건을 계기로 스티븐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팽창하는 우주의 성질’이라는 박사 논문의 주제도 결정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천재 물리학자’라는 명예를 얻기까지 호킹은 여러 차례 선사의 기질을 보여준다. 스물여덟 살 이라는 젊은 나이에 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힘들게 파자마를 입으려고 애쓰는 동안 그야말로 ‘몰록(頓)’ 블랙홀 연구 분야의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를 해결하였고, 그에게 블랙홀 이론 분야의 탁월한 권위자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이런 돈오(頓悟)의 기쁨이 끝이 아니라 점수(漸修)를 이어가고 새로 ‘몰록’ 깨달아가는 데에서는 ‘선사 호킹’의 면모를 더 분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제인의 회고를 들어보자. “그는 종종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머리를 오른쪽 손에 괴고서는, 나와 주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존재도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있었다. (…) 며칠 지나자 스티븐은  몰입 상태에서 깨어났다.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물리학의 또 다른 주요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한다.”

1963년 진단에서 ‘잘해야 2년밖에 더 살 수 없다’고 했던 스티븐 호킹, 그 장애를 극복하고 2015년까지 52년을 더 살아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스티븐 호킹은 끝없이 ‘자기 혁명’을 시도하는 선사임에 틀림없고, 이 ‘선사 호킹’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단월(檀越) 제인은 새로 꾸민 가정에서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호킹의 성공을 뒷받침해온 아내 제인의 회고대로 “성공의 가장 순수한 희생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은 가장 잔혹한 아이러니”였다거나 “아버지는 천재이지만 자신은 열등하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게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였다”는 맏아들 로버트의 입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병두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330호 / 2016년 2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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