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면 삼악도 과보
음주 자체는 죄 아니지만
과실 저지를 개연성 커져
현명한 음주의 지혜 필요
불음주계는 불자들이 지켜야 하는 오계 가운데 하나다. 생명을 해치지 않는 불살생(不殺生戒),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불투도계(不偸盜戒), 성폭력·성추행하지 않는 불사음계(不邪淫戒), 욕설이나 거짓말하지 않는 불망어계(不妄語戒)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의 네 가지는 그 자체가 죄악이기 때문에 금한 것으로 성계(性戒)라고도 불린다. 불음주계에 있어서는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죄악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술이 취한 상태에서는 죄악을 저지를 개연성이 다분하기에, 이를 미연에 차단하자는 의미에서 차계(遮戒)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부처님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술 마시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에 따른 해악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었다. ‘분별선악소기경(分別善惡所起經)’에는 무려 36가지에 이르는 음주의 해악이 나열돼 있다. 술을 좋아하면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늘어나고’ ‘하고자 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고’ ‘부모를 욕되게 하고’ ‘음욕이 불타는 듯하고’ ‘부처님 진리를 공경치 않게 되고’ ‘열반에서 멀어지고’ 결국에는 ‘죽고 나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불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끔찍한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사분율’에서도 술로 인한 허물을 10가지로 제시하며 마지막에 ‘목숨이 다하면 삼악도에 떨어진다’고 했으며 ‘대지도론’은 음주가 지혜의 종자를 끊어버린다고 말한다. ‘대살차니건자경(大薩遮尼乾子經)’은 ‘술을 마시면 방일해서 현세에서는 항상 어리석어 못나고, 내세에는 항상 어리석고 우둔하여 모든 공덕을 잃는다’고 강조한다. 어느 경우든 술에 취하면 지혜의 힘을 약화시켜 정신을 혼미하게 하므로 뜻하지 않은 실수와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는 점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겠지만, 불자이면서도 동시에 술자리가 많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냥 음주를 거부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되도록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도록 하고, 참석하더라도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계를 수지한 기타 태자가 “불음주계는 지키기 어려우니 자칫 죄를 지을까 두려워 오계를 버리는 대신 10가지 선법을 받고 싶다”고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이 “술을 마실 때 나쁜 짓을 하는가”라고 물어보았고, 기타 태자는 “때때로 술을 마시고 오락을 즐기지만 계율을 생각해 악을 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처님은 “만약 그대 말과 같다면 종신토록 술을 마신들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라며 술을 방편으로 빌린다면 마셔도 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했다.
언제부턴가 수계식에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가 아닌 ‘술을 취하도록 마시지 않겠다’고 발원하는 불자들이 많아졌다. 시대상에 따른 변화겠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술을 권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오계를 수지해 부처님 진리를 좇겠다는 불자라면 ‘취하도록 마시지 않겠다’는 말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깊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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