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행연구원장 및 월간 ‘법공양’ 발행인을 맡고 있는 역자가 불교참회 의식집 ‘자비도량참법’을 새롭게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현존하는 자비도량참법의 가장 오래된 판본인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삼아 새롭게 번역됐다.
1978년 발간돼 지금까지 유통되고 있는 운허 스님 번역본과도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운허 스님 번역본은 각 권마다 앞쪽에 찬(讚), 입참(入懺) 등 실려 있고, 뒤쪽에 다시 찬(讚), 거찬(擧讚), 출참(出懺) 등 글이 상당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원래 ‘자비도량참법’ 원문에는 없고, 내용도 불교교리와 맞지 않은 내용이 적지 않아 대강백인 운허 스님의 글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운허 스님 법맥을 이은 월운 스님도 “누구의 작품인지 상고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자는 학자와 스님 등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찬, 입참, 거찬, 출참 등을 과감히 삭제했다.
또 기존 번역본의 저본은 명나라 만력 13년(1585년) 발간본으로 부처님 명호 상당수가 ‘고려대장경’과는 다른 점에도 주목했다. 이에 부처님 명호 역시 ‘고려대장경’ 속의 명호대로 수록했고, 빠진 내용을 보충했다.
‘자비도량참법’은 보살황제로 불리는 중국 양무제가 편찬했다. 생전에 지은 죄업으로 인해 뱀으로 태어난 황후 치씨를 위해 양무제가 미륵사상을 바탕으로 각 경전에서 참회와 관련된 글을 엮은 것이 ‘자비도량참법’이다.
‘자비도량참법’을 닦으면 업장을 없애고 복을 얻으며,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참법의 글은 독송을 하거나 듣는 이로 하여금 간절한 법문 속에 들게 함으로써 자비를 증장하고 모든 중생이 고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의식집으로도 유명하다. 삼보와 불명호를 부르며 오체투지를 강조하는 예경, 하심, 참회의 종합적인 수행법인 것이다.
‘자비도량참법’은 중국불교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신라시대 진표 스님이 점을 통해 과보를 가늠하고 이를 참회하는 점찰법회를 정립한 것도 ‘자비도량참법’의 영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역자는 동국대 대학원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불교를 연구했다. 성보문화재연구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사찰, 그 곳에 깃든 의미’ 등 많은 저서가 있다. 1만8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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