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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이 곧 부처라는데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2.11 15:33
  • 수정 2016.02.11 15:34
  • 댓글 1

우리가 세상 만물을 볼 때, 그것은 온전히 관찰 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판단분별 없이 보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우리가 날마다 보는 대상을 봐서 안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것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인식해서 아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내 안의 인식이 만든 것
분별의 집착을 끊어내면
중생심이 불심임을 알아

우리가 ‘본다’고 할 때 사실은 바깥의 대상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보자마자 내 안에서 떠오르는 그 대상과 비슷한 과거의 기억을 검색하여 내 안의 인식에 비추어 보는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가 외부 대상을 본다고 할 때 사실은 내 안에 있던 기억들을 들추어내어 재상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깥의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내 안에서 망상분별로 걸러진 대상일 뿐이다. 즉 내 마음 안에 바깥 대상의 영상이 찍히는 것을 보고 바깥 대상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안으로는 나라는 실체적인 자아가 존재하며, 바깥으로는 독립적인 규범을 따르는 실체적인 외부세계가 실체로 존재한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바깥의 외부세계는 모두가 자체의 성품이 없으며, 다만 인연 따라 말미암아 일어나고 사라지는 연기적인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실질적으로 태어나거나 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이를 경전에서는 본래 나지 않는다고 하여 불생(不生) 혹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이라고 부른다. ‘금강경’에서는 이를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이라고 하여 일체의 모든 조작된 존재는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며,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또한 이슬이며 번개와 같이 허망할 뿐이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 바깥에는 실체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물론 안으로도 ‘나’라고 할 만한 고정된 실체는 없다고 하여 무아(無我)를 설파함은 말할 것도 없다. 보는 자도 보여지는 대상도 모두 공한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깥에 있는 대상들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만나고 경험해 안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라도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대상들을 과거의 기억에 걸러서 사량분별, 비교판단 대조하여 알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생각과 판단분별로는 그 어떤 한 법도 온전히 알려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마주해야 한다. 생각과 분별이 딱 끊어진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난생 처음 보는 것 같은 천진한 시선으로 치우침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 무분별의 관찰, 그것이 바로 팔정도의 정견(正見)이다.

있는 그대로 정견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안에 있는 ‘나’라는 상과 밖에 있는 ‘세상’이라는 상, 즉 아상과 법상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나누지 않는 텅 빈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보는 쪽도 보이는 대상도 모두 공하여 허망한 가운데, 인연 따라 허망하게 생겨나는 업과 보의 작용을 보고 실체인 줄 오인하면서 거기에 집착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보고 경험하여 안다고 여긴 모든 것들은 다만 마음거울이라는 참 성품 위에 신기루처럼 나타난 꿈일 뿐이다.

이제 이렇게 나도 세상도 집착할 것이 없으며, 내가 안다고 여겨왔던 대상도 나라는 자신도 모두가 허망한 업보의 변화무쌍한 흐름일 뿐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안다는 데 집착하지도 않을 것이고, 내 앞의 대상들을 대충 흘려보지도 않을 것이며, 난생 처음 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모두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나아가 이렇게 생겨나고 사라지는 듯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본성이라는 대양의 바다 위에 인연 따라 드러난 물결과 같은 것임을 알아, 물결이 곧 바다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생심이 곧 불심이며, 생사고 곧 열반이고, 물결이 곧 바다이며, 무명이 곧 지혜임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이대로, 하나도 바꾸지 않은 채로 온전하고 완전한 부처였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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