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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조오현의 ‘마음 하나’

기자명 김형중

마음이 우주 지배하는 주인공 천하장수라도 정복하기 어려워

그 옛날 천하장수가
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

빛깔도 향기도
모양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천만의 군사와 싸워서 이길 수는 있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는 힘들다”고 하셨다. 현재 전국의 선방에서 동안거에 참여하여 정진하고 있는 참선 수행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의 화두가 바로 ‘마음’이다.

인생은 끝없는 자신과 싸움
자기 마음 다스리면 수행자
슬픔, 기쁨, 질투 등에 초연

수행자는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하는 사람이다. 아군도 적군도 없다. 수행을 방해하는 마왕은 오직 심마(心魔)인 마음이다. 불안, 초조, 포기, 절망,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 깨달음에 대한 불신이다.

인생 또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누가 나를 괴롭히고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 타도할 대상을 만들어 싸우고, 스스로 번뇌 망상을 만들어 놓고 괴로워하고, 자신의 목이 달아났다고 혼자서 미쳐서 날뛴다. 나의 성벽을 쌓고, 증오의 칼날을 세우고, 스스로 돈키호테가 되어서 허상과 망상과 싸울 뿐이다. 자승자박이다.

자기를 이기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수행자이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부릴 줄 아는 사람이 도인이고, 부처이다. 내 마음 하나만 찾아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곧바로 부처가 되는 것이다.

오현 스님의 ‘마음 하나’는 원래 연작시 ‘일색변(一色邊)’의 8수 가운데 마지막 결구(結句) 시이다. 일색변은 대립과 차별을 떠난 본래 마음자리인 하나의 색깔(一色中道)인 평등한 마음의 세계를 뜻한다. 깨달음의 경지를 읊은 시이다. 시인은 ‘일색변 3(몰현금 한 줄)’에서 “사내라고 다 장부 아니여/ 장부 소리 들을라면/ 몸은 들지 못해도/ 마음 하나는/ 다 놓았다 다 들어 올려야” 라고 하였다.

마음을 잘 닦은 사람은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시기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없다. 슬픔과 기쁨에 마음에 동요가 없다. 죽고 사는 일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경계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이다. 중생과 부처를 가르는 마음은 비교하고 차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화엄경’에서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아무런 차별이 없다.”고 하였다. 내 마음이 부처이다. 내 마음이 부처도 만들고 마왕도 만든다. 극락과 지옥이 내 마음 속에 있다. 이 도리를 깨달으면 부처요, 모르면 중생이다. 극락과 지옥이 저승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하면 이 세상이 극락이요, 마음이 괴로우면 이 세상이 곧 지옥인 것이다.

마음은 ‘금강경’에서 설한 바와 같이 빛깔도 모양도 없는 공한 존재이다. 그래서 그 실체가 없어 공적(空寂)하다. 그러나 그 작용이 묘하고 신령스러워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한다. 그 마음은 찾을 수 없는 신기루요, 잡을 수 없는 아지랑이이다. 모양도 없고 크기가 없어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가 없다. 그래서 천하장수라도 얻을 수도 들 수도 없는 것이다.

내 마음이 세상을 인식하고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행복과 불행을 내 마음이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이 나의 세상이요 우주이다. 따라서 마음이 우주를 지배하는 주인공이요, 왕이다. 그래서 마음을 심왕(心王)이라 하고 심지(心地)라고 한다.

오현 스님은 가장 많은 이들에 의해서 그의 시가 연구되는 생존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오현 스님의 시를 주제로 한 석·박사 학위 논문 및 등재지 이상의 학술논문이 10여편이 된다. 그의 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번역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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