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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제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스토리 준비 과정서 연상되는 이야기 뼈대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이는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주제는 사색과 메모 습관이 몸에 밴 경우라면 그동안 차근차근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스토리 얼개를 그려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주제를 바탕으로 원고를 정리하면서 불필요하거나 주제와 연관성이 적은 것은 나중에 쓸 수 있도록 별도로 분류하는 등 가지치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제가 수정되고 부족한 자료를 보충하기도 한다.

주제 바탕으로 연관성 검토
가지치기 통해 주제 수정도
문장 다듬는 횟수 많을수록
스토리는 유연·몰입도 증가

스토리 뼈대는 부처님 말씀이고 교리이지만 너무 긴 경전 인용이나 장황한 교리 설명은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어 청중의 관심이 떨어진다. 참선 후 얻은 깨달음은 맑은 지혜의 말씀이기에 참신하게 다가설 수 있지만, 교리의 난해함과 설법의 경건함이 압도되면 소통과 공감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메시지 전달을 위한 징검다리와 매듭짓기가 중요한 이유다.

‘소부경집’에서 부처님은 10년 동안 수행하고 45년 동안 설법했으면서도 열반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나의 설법은 너희가 가지고 있는 것이거늘,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설법하지 않았다. 너희들 마음속에 있는 것 그대로 꺼내어서 다시 들려주었을 뿐이다”고 역설했다.

출판계나 언론계에서는 “제목으로 먹고 산다”, “제목으로 승부한다”는 게 정설처럼 회자될 정도로 제목은 절반의 호응을 얻고 들어간다. 제목은 흥미를 유발하고 간결해야 한다. 요즘 제목 트렌드는 서술형이다. “나의 길, 부처에게 묻다”, “법구경에서 마음의 밭을 갈다”처럼 호기심과 불교정신이 배인 서술형이면 금상첨화다. 제목은 내용 중에서 한 문장을 골라 한 바퀴 빙 돌리며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하면 감칠맛이 난다. 이렇게 주제를 향해 사례를 엮어가며 문장을 다듬고 읽어보기를 반복하는 횟수만큼 스토리가 유연해진다.

만약 설법 주제를 “고독한 중생의 길을 묻다”라고 정하고 “그 길은 곧 마음의 길”이라고 결론 짓기로 했다면 이에 맞춰 경험과 메모한 어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이를테면 초기불전 ‘우다나’에서 부처님은 “잘못은 길을 찾지 않는 이에게 있다”고 말씀했다. 또한 “심신이 고통스럽고 어지러움으로 가득한 사람이 고요한 상태로 가는 길이 있음에도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그 길의 잘못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했다. 부처님은 “나는 누구인가”, “나의 참모습은 무엇인가?” 반문했다. 그렇게 경전을 인용한 뒤 대중적 스토리를 버무리면 쉽게 풀어지며 리드미컬한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다.

톨스토이는 “진리란 고독 속에서 이뤄간다”고 했고,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굳센 사람은 고독한 사람과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독일 시인 린드버그는 “사람은 혼자 있을 때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이다. 샘물은 홀로 솟는다. 수레바퀴는 굴러도 그 축은 가만히 있듯 신심이 분주하게 활동하는 가운데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괴로울 때가 있고 즐거울 때가 있다. 고락이 서로 접하고 교대하는 가운데 마음은 연마되어 간다. 행복과 평화의 경지는 끊임없는 고락이 서로 접하는 경험에서 생명력을 가진다. 인생은 고락이 서로 접해 흐르는 물속에 떠내려가는 한 조각의 나무가 아니라, 고락이 교대하며 흘러가는 동안 숭고한 정신을 얻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파스칼은 “잠이 오지 않는 사람에게 밤은 길다. 피곤한 사람에겐 십리 길도 멀다. 인생이 짧고 괴로운 것도 같은 이치다. 인생의 문제는 괴로운가 즐거운가가 아니라 어떻게 헌신하였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나를 구원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 뿐이다”라고….

“결국 나를 깨닫는 길은 나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지요? 자연의 법칙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길은 어딥니까? 이제 길을 찾으셨나요?” “예~” 라는 합창소리가 울려 퍼졌다면, 오늘 설법은 성공한 것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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