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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중앙종회, 법규위 결정 거부할 권한 있나

  • 기자칼럼
  • 입력 2016.02.19 17:32
  • 수정 2016.02.19 17:33
  • 댓글 1

[기자칼럼] 권오영 기자

헌법재판소, ‘관습법’ 들며
수도이전특별법 위헌결정
논란 컸지만 정부는 수용
법규위, 의석수 위헌 결정
혼란막기 위해선 수용해야

지난 2004년 우리 사회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헌재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수도이전 특별법’에 대해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문법을 판결근거로 삼아야 할 헌재가 관습헌법을 내세우며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쉽게 동의 받지 못했다. 헌재에 대해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헌재 판결을 부정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문득 과거 헌재 판결을 떠올리게 된 것은 2월18일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종법특위위원들이 지난 2010년 법규위원회의 판결을 두고 격한 논쟁을 벌인 일 때문이었다. 이날 특위위원들은 법규위가 “교구재적승 수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각 교구에 2석의 중앙종회의원을 배정한 것은 종도들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종헌위배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쏟아냈다.

오심 스님은 “당시 법규위가 2년 내에 관련종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했음에도 중앙종회가 아직까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중앙종회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봉 스님은 “법규위가 위헌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종회의원 의석수 배정이 종헌의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명시가 없다”며 “근거가 미약한 법규위 결정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고 맞섰다.

만당 스님도 “종회의원 의석수는 교구의 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 따라 종도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임에도 법규위가 이를 간과하고 임의대로 판결했다”며 “그 당시 판결에 참여한 법규위원들을 탄핵했어야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자 오심 스님은 “교구의 균형발전이 이유라면 모든 교구에 똑같이 2석을 배정해야지, 왜 직할교구는 4석이고 해인사는 3석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특위위원들간의 고성이 오갔고,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종헌종법특위가 이 문제를 차기회의로 이월하면서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우봉 스님의 말처럼 2010년 법규위의 위헌 결정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종헌에도 없는 ‘평등권’을 내세우며 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회의 헌법재판소가 그렇듯 조계종 법규위는 그 결정이 종단을 기속하는 최고 권위의 심판기구이다. 중앙종회가 이를 거부한다면 앞으로 법규위의 권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법규위의 결정을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조계종은 지난해 대각회에 종회의원 2석을 배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의석수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한 상태다. 또 비구·비구니 차별을 주장하며 종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비구니 스님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규위 판결의 문제점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수용해 큰 틀에서 종회의원 의석수를 재논의하는 것이 대의기구인 중앙종회의 바른 역할일 것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32호 / 2016년 2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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