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아자타삿투
김정은과 아자타삿투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6.02.2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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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과 도발’ 비슷하지만
남한도 감정적 대응하면
원한 쌓는 ‘아자타삿투 길’

남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로켓(미사일)을 발사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맞받아쳤다. 임기 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접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읽힌다. 그로 인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을 비롯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5만5000명과 이들 가족 20만여명이 생계에 직접 타격을 입게 됐다.

그동안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본격화됐다. 이로 인해 매년 투입될 천문학적인 비용과 더불어 사드 레이더의 유해성 논란, 배치 지역 선정,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등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남과 북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섬으로써 테러 및 전쟁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2600년 전 부처님이라면 이 사태를 어떻게 봤을까. 초기경전인 쌍윳따니까야에는 마가다국과 코살라국의 전쟁 얘기가 실려 있다. 당시 인도에는 16개의 대국이 있었고, 마가다국과 코살라국은 양대 강국이었다.

마가다국의 젊은 왕 아자타삿투는 성군으로 칭송받던 빔비사라왕의 아들이었다. 그는 불심 깊고 평화를 좋아했던 부왕과는 달리 대단히 난폭했다. 분노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폐위시킨 뒤 옥에 가두고는 굶겨죽이려 했던 폭군이었다. 반면 코살라의 왕은 나이가 많은 파세나디였다. 한때 그도 성정이 모질었지만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 뒤로는 크게 바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자타삿투가 창끝을 코살라국으로 돌렸다. 아자타삿투에게 파세나디는 삼촌뻘 되는 친척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패권을 노리며 코끼리부대, 기마부대, 전차부대, 보병부대를 이끌고 코살라국을 향했다. 이에 파세나디도 곧바로 군대를 이끌고 아자타삿투가 오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두 나라는 그곳에서 큰 싸움을 벌였고 결국 파세나디가 패하고 말았다. 파세나디는 쫓기다시피 코살라국 수도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자타삿투가 계속 쳐들어오자 그는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전쟁에 나섰다.

이번에는 파세나디의 대승이었다. 아자타삿투도 생포할 수 있었다. 파세나디는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공격한 아자타삿투를 죽일지 살릴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패륜아라도 조카를 죽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군대와 무기만 빼앗고 돌려보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게 이로움이 있으면 사람은 남의 것을 빼앗는다. 다른 자가 빼앗으면 빼앗긴 자는 또 남의 것을 빼앗는다. 죽이는 자는 죽임을 당하고 이기는 자는 패하며, 욕하는 자는 욕을 먹고 화내는 자는 화를 받는다. 행위는 돌고 또 돌아 빼앗긴 사람이 다시 빼앗는다.’

▲ 이재형 국장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비록 아버지를 폐위시키기는 않았지만 친척까지 무참히 숙청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자주한다는 점에서 일견 아자타삿투를 닮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도 더욱 지혜로워질 필요가 있다. 남북갈등으로 생계가 위협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돌아봐야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원천적인 힘은 이해와 자비다. 아자타삿투가 못됐다고 아자타삿투의 방식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다. ‘법구경’에 나오듯 ‘원한으로 얽히고 얽히면 결코 원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불변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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