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과연 깨달음이 이곳을 벗어나 저곳을 가는 행위일까? 어렵게 강을 건넜는데, 떠나온 그곳이 바로 깨달음의 자리였음을 알게 된다면 그 허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아줌마와 선’은 바로 이런 깨달음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평범한 아줌마가 들려주는 선(禪) 이야기다. 그러나 선에 대한 해설이나 설명이 아닌 체험을 통한 경지를 드러내고 있기에 울림이 크다. 깨달음은 가장 어려운 용어 중 하나다. 극소수의 선택 받은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며, 초인적인 고행이 있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깨달음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쉽다고 말한다. 이 마음만 알아차리면 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마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마음은 아니다. 생각 이전의 마음, 만상의 근원이자 바탕이며, 모든 것을 아는 그 무엇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모양이 없고 인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 마음을 영원히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올바른 안내를 받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기 때문이며 자기 자신과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본성이기 때문이다.
책은 평범한 일상에서 수행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과 진리에 눈 뜬 이후의 삶,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도의 과정들이 실감나게 담겨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노보살들까지도 조근한 대화를 통해 마음을 알아차리게 하는 과정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깨달음이 그토록 쉬운 것일까? 글이 주는 한계인지 아니면 추구하는 깨달음의 세계가 다르기 때문인지는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1만3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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