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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의 재도약 방법

기자명 박동춘

요즘 커피가 음료시장의 대세를 이룬지 오래다. 막강한 자본력과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을 토대로 확산된 커피의 위용은 이미 전통 음료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더구나 전통 차, 즉 녹차 시장의 현실은 풍랑 앞에 선 여린 풀처럼 생존의 존망도 예견하기 어렵다. 이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몇 십 년 전부터 선방이나 사찰의 객방에서 유행하던 보이차의 광풍이 쓸고 간 틈새를 차지한 건 커피다. 몇 년 전 풍문으로 들었던 선방의 커피 유행은 이미 일반화된 이야기가 된 듯하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을 흘러가는 대로 바라볼 뿐 그 대안을 모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상황에서 그저 스쳐갈 유행일거라는 기우는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른다. 차가 좋다는 말은 이미 공염불이 된 상태이다. 그 소이는 간단하다. 매료될 차가 없었기 때문이며, 현대에 알맞은 전달 도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의 차 문화는 자생 문화가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문화이다. 그럼에도 고려적인 품색을 띤 차 문화로 완성한 것은 10세기 말이다. 이는 차품이나 다구 등이 고려인의 취향과 안목을 함의한 차로 다시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결과는 그 시대에 차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이룬 쾌거로 근 200여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울러 고려 왕실의 후원과 애호, 그리고 수행승들의 차의 높은 안목은 차 문화를 이끌었던 힘이었다. 다른 한편으론 수행승들에 의해 음다(飮茶)가 주도되었기에 차는 자연스럽게 불교를 대표하는 문화로 인식하게 된다.

여하튼 물질은 흥망이 있게 마련이다. 차 문화 또한 그랬다. 조선의 건국은 시대적 필연을 드러낸 것이지만 차 문화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시대 환경을 만난 셈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차가 지닌 가치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차의 효능적 가치, 즉 심신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차의 원천적인 가치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을 위로했던 차의 공덕이다.

이런 차의 품위는 제다를 통해 드러나는 세계이다. 차나무에서 돋은 어린 차 싹이 품고 있는 지순한 가치, 즉 맑고 시원한 기운과 그윽한 향기는 제다라는 과정과 탕법으로 드러난다. 이는 단시간에 완성되거나 얻어지는 세계가 아니다. 오랜 역사와 경험 속에서 인고와 노력으로 일구어낸 것이 제다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오랜 역사를 지닌 제다법을 소중하게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일일게다.

더구나 조선 후기 초의선사가 완성한 차는 차 문화를 중흥했던 토대였다. ‘초의차’를 통해 차에 매료된 추사와 그 제자들, 다산의 자제들, 통칭 북학파라는 인사들은 초의의 후원자이며 초의차의 애호층이었다. 이들은 심폐를 시원하게 해주었던 초의차를 사랑하고 아꼈다. 초의차가 주는 따뜻한 온기와 맑은 기운은 이들의 허허로운 정치적 현실을 잊게 한 의지처였다. 따라서 차 문화의 흥망은 제다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초의선사가 완성한 제다법은 한국 차 문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조선 후기 차 문화를 중흥한 토대였다는 점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초의선사의 제다법이 전승되고 있음에도 우린 현대 차문화 운동기에 초의차의 제다법을 널리 활용하지 못했다. 이는 80년대 차 문화 운동기에 가장 큰 취약점이다. 결과적으로 녹차를 냉하다고 하거나 배를 아프게 하는 차라는 인식은 제다법의 난립에서 드러난 폐해이다. 녹차는 냉한 것이 아니며 배를 아프게 하는 차도 아니었다. 실제 잘 만들어진 녹차는 온몸을 따뜻하게 한다. 차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건 잘 만든 차의 기본이다. 이런 모순을 제거하기 위한 초의선사의 노력은 초의차의 제다법에서 확인된다. 지금 우리가 초의선사의 제다법을 눈여겨 봐야하는 연유는 여기에 있다. 차 문화의 재도약은 초의선사의 제다법의 정립하는 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dongasiacha@hanmail.net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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