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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마음으로 이름 불러주기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2.22 18:07
  • 수정 2016.02.22 18:08
  • 댓글 0

상대 이름에 담긴 거룩한 뜻
마음 품고 정성스레 부르면
내게도 한송이 꽃으로 올 것

“둥글 원에 빛날 빈자를 써서 둥글고 밝게 빛나라는 법명입니다.”

해인사 율원에서 은사스님께 법명을 받는 순간부터 원빈으로써의 삶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법명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며 살게 되더군요. 원빈 법명이 한 번씩 불릴 때마다 은사스님께서 내려주신 법명의 뜻이 화두가 되어 스스로를 점검하고 채찍질하는 힘이 된 것 같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에는 이름이 불리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운명을 결정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기도 합니다.

법구경 270번째 게송의 인연담에는 이름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매일 아침 대연민삼매에 드시어 붓다 지혜의 그물로 세상을 촘촘히 살피신다고 합니다. 그 날은 어부 아리야가 수다원의 과위를 얻을 수 있는 인연이 부처님 지혜의 그물에 걸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과 함께 탁발을 다녀오시는 길에 일부러 어부 아리야가 일하는 곳을 지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리야가 들을 수 있도록 비구들에게 이름을 묻기 시작하셨습니다.

“비구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사리뿟따입니다.”
“비구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목갈라나입니다.”

모든 비구에게 이름을 물으신 부처님께서 어부에게 이름을 물으셨습니다.

“재가신도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세존이시여, 제 이름은 아리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이름을 들으시고 곧바로 따끔한 경책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재가신도여, 그대처럼 살생하는 사람이 어떻게 아리야라고 불린단 말인가? 일체 생명을 해치지 않는 사람이 아리야이다.”

가슴 철렁한 경책과 함께 설법을 해주신 부처님의 도움으로 아리야는 불, 법, 승, 계에 대한 확신을 한 수다원이 되었습니다.

아리야의 부모는 아들이 성인과 같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 성인들의 가피와 보호를 받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지어줬을 것입니다. 그 결과 아리야라는 고유한 진동에 수없이 영향을 받으며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리야는 어부가 되어 살생을 하는 삶을 살게 되니 이름은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컵에서 물이 넘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삶의 변화 역시 이와 같아서 어느 순간 갑자기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물이 한 방울씩 쌓여가는 과정이 숨어있습니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아리야 역시 이름을 들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그 소리의 진동이 가진 고유한 힘, 이름값에 한 방울씩 영향을 받으며 살아갔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넘어섬의 순간을 대연민삼매로 포착하시고 그에게 진정한 성인에 대한 설법을 해주심으로써 아리야는 무늬만 아리야에서 진정한 아리야인 수다원으로 변화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많은 사람에게는 이미 이름이 있습니다. 그 이름에 해당되는 거룩한 뜻을 마음에 품고 정성스럽게 그들의 이름을 불러봅시다. 이 진실한 축원의 소리가 마음에 가닿는 순간 그는 당신에게 다가가 한 송이 꽃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한 방울의 물이 될 것입니다.

이름 그 위대한 축원에 우리의 마음을 실어 보면 어떨까요?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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