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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월대보름과 사찰음식

기자명 김유신

지난 2월22일은 음력으로 1월15일, 바로 정월대보름이었다. 1년에 12번 드는 보름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달리 대보름이라고 부르는 것은 연중에 드는 첫 번째 보름이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처럼 특별하게 여기는 보름날로 7월 보름인 백중과 8월 보름인 추석을 들 수 있는데 이를 삼망일(三望日)이라고 하였다. 삼망일은 농사의 시작과 고된 농사일 속의 휴식, 그리고 농사의 수확을 상징하는 날이라고 하겠다.

대표적인 풍속은 연등놀이
과거에는 국가에서 수륙재
마을에 내려가 오곡밥 탁발
절에서는 1년 한번 김 먹어

예로부터 큰 명절에는 이를 대표하는 절기풍속이 있기 마련인데 정월대보름에는 마을 제사인 동제(洞祭)와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등 달맞이 풍속과 답교(踏橋)놀이, 쥐불놀이, 줄다리기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풍속으로 ‘연등(煙燈)’놀이를 꼽을 수 있다. 요즈음에는 부처님오신날에만 연등놀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고려 후기 이후에 정착된 일이고 그 이전에는 정월대보름이나 2월에 연등놀이를 하는 것이 주류였다. 심지어는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정월대보름에 연등놀이를 한 기록이 있다.

한편 정월대보름날의 또 다른 불교전통으로 수륙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태종실록’을 보면 태종 14년 이관(李灌)에게 명하여 “관음굴, 진관사, 상원사, 견암사에 매년 2월15일 수륙재(水陸齋)를 행하였는데, 금후로는 정월 보름에 행하는 것으로써 항식(恒式)을 삼으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수륙재는 앞에 ‘국행(國行)’이란 말이 붙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의례로 치러지는 큰 의식이기에 숭유억불을 주창한 조선 초기 국왕의 명으로 수륙재가 설행된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초기 이후 수륙재의 맥이 끊겼지만 지난 201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진관사 수륙재”가 지정된 것은 500여년의 단절된 역사가 다시 이어진 것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오늘날 정월대보름을 맞아 사찰에서 방생을 가는 것도 정월대보름 수륙재의 전통이 절차는 간소화되데 정신은 이어져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정월대보름의 절식으로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신라 소지왕과 까마귀 일화에서 나온 약밥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오곡밥과 부럼, 묵은 나물을 들 수 있는데 오곡밥은 성씨가 다른 세 집 이상의 집에서 얻어먹거나 혹은 하루에 아홉 번을 먹어야 무탈하다고 해서 여러 집을 옮겨 다니며 얻어먹는 풍속이 있었다. 또한 복쌈이라고 해서 밥을 김이나 취나물, 배춧잎 등에 싸서 먹는 풍속도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잘 볼 수가 없는 모습들이다.

절에서 정월대보름날은 동안거 해제일로 겨우내 수행에 매진했던 수행자들이 세상을 향해 나가는 날이기도 하다.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 스님의 전언에 의하면 정월대보름 전날이면 대중들이 모여 성불도놀이를 했는데 성불지에 오른 이가 세 명이 되면 이들을 나란히 앉히고 삼배를 하면서 놀이를 끝냈다고 한다. 성남 영운정사 영운 스님은 오래 전 설날과 대보름날은 아침만 먹는 일종식을 지켰다고 했는데 이 또한 수행 전통의 하나이자 절기풍속으로 눈여겨 볼일이다.

고양 금륜사 적조 스님은 정월대보름이 되면 절 아랫마을에 가서 오곡밥을 탁발했는데 여러 집에서 얻는 것이 좋다고 했다고 하니 일반 여염집의 풍속과 다름이 없다. 한편으로는 김포 금정사 명훈 스님은 오래전 가난한 시절에는 정월대보름 오곡밥과 더불어 특별히 김을 줬는데 1년에 한 번 있는 날이었다고 하니 검박하기 그지없는 절집의 대보름날 풍경을 전해주고 있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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