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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결(淨潔)한 공양간

기자명 일운 스님

 
정월대보름, 보름달을 보셨습니까? 저마다 간절한 소망을 담은 다짐과 염원의 발원들에 귀기울이는 달의 품이 참으로 넉넉해 보였습니다. 같은 날 깨달음을 향해 정진일여 하시던 선방스님들도 무탈하게 동안거 해제를 하시고 또다시 바랑을 매고 만행길에 오르셨습니다.

 이렇게 안거가 끝나면 후원(공양간)의 소임자들도 대청소를 통해 한 철을 마무리 합니다. 어느 절이든 고즈넉하고 정결(淨潔)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그 중 위생과 청결을 더욱 중시해야 할 곳이 후원입니다. 절에는 많은 대중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 시에는 식품위생과 식재료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고 뒷마무리도 어김없이 이와 같아야 합니다. 불영사에서는 평소 가능한 한 화학세제보다는 천연세제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우선 쌀을 씻고 모아 둔 쌀뜨물에 유용미생물용액(em)을 섞어 발효액을 만들어 설거지와 청소에 활용합니다. 찌든 때가 낀 곳은 식초와 식용소다를 섞어 신문을 사용해 닦기도 하며 실생활에서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실천방법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후원 소임자는 식품안전과 대중의 건강을 함께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조리공간은 통풍과 배수가 잘 되도록 하고, 습기가 차지 않게 위생 청결에 항시 신경을 씁니다.

경전에도 식당의 청결에 관한 대목이 있습니다. 먼저 ‘마하승가율’에는 “깨끗한 식당은 사원의 남쪽 또는 서쪽에 설치해야 한다. 통풍이 잘되고 깨끗한 물의 공급시설이 완비되어야 하며, 주방에는 조리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새로 깨끗한 식당이 사원 안에 설치되면 그 안에는 깨끗한 기름, 칠일유, 밀가루병, 석회병, 소금병, 채소그릇, 석밀그릇, 사탕수수묶음, 나무껍질 묶음, 그밖에 곡류, 후추, 생강, 소금류 등을 비치하라”고 합니다. 또 공양하는 곳의 청결유지와 발우에 관한 사항으로 사분율 33권에는 “고승(和尙)이 머무르고 밥 먹는 곳은 깨끗이 쓸고 방석을 펴고, 맑은 물병과 세수하는 그릇과 밥 담는 그릇을 갖추어야 하며 (공양 후) 밥그릇에 물을 떠다가 깨끗이 씻어 제자리에 두어야 하며, 밥 먹는 자리를 깨끗이 쓸어 쓰레기가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승을 시봉하던 제자가 발우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것을 다른 비구들이 보고 싫어하니 부처님께서 당부하신 말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밥그릇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지 못한다. 쓰레기를 담는 그릇, 깨진 그릇, 헌 바구니, 쓰레받기로 쓰레기는 담아 버리고 밥그릇은 깨끗이 가지도록 하라.”

이 대목에서는 어릴 적 제게 이 같은 말씀을 늘 하셨던 할머니가 떠올라 웃음이 났습니다. 큰 법은 예나지금이나 우리 곁에서 보름달처럼 한 결 같이 천지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 분, 공양 올려 마땅한 분,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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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오곡밥

찹쌀은 깨끗이 씻어 불려 건지고, 차조는 미지근한 물(돌이 잘 일어난다)로 씻어 불려 일구고, 차수수는 따뜻한 물을 부어 붉은 물을 우려내면서 씻어 불려 건진다. 팥과 검은콩, 강낭콩도 씻어 불려 삶는다. 가마솥(시루나 찜통)에 베보자기를 깔고 위의 재료를 넣어 찌는데 무거운 순서(콩, 팥, 찹쌀, 차조, 조)로 올린다. 김이 오른 후 간간한 소금물을 2~3번 정도 끼얹고 다시 한 번 김을 올린다. 다 된 오곡밥은 큰 그릇에 쏟아 주걱으로 고루 섞어 담는다.

Tip : 차류(찹쌀, 차조, 차수수)를 불릴 때는 찬물에 불린다.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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