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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이상무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3000배 시절인연 회피
담배 미끼로 백련암행
“또 오지 않겠다” 하산

▲ 동안·45
술을 좋아했다. 살이 찌면서 아내와 관계도 소원해졌다. 몇 년 전 아내에게 차 한 대 사주려고 멋도 모르고 손댄 주식으로 몇 년째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내 삶이 왜 이럴까….’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끼며 생활했다. 그래도 다니는 절에 끈을 놓지 않았던 불연이 내 삶을 3000배로 이끌었다.

사실 3000배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좀 솔직해지자면 시절인연이 도래했지만 모른 척 회피하기 일쑤였다. 2011년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연화봉사단에 가입해 주말마다 봉사했다. 이때 만난 도반이 아비라카페 회원이었는데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3000배를 권유했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대신 연화봉사단 활동으로 번민 많던 삶에서 나 홀로 도피하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그런데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었다. 2014년 10월이었다. 한 스님이 대관음사 수업에서 변화를 갖기 위해서는 용맹정진이 필요하다며 3000배를 권했다. 무릎을 쳤다.

“전 108배만 해봤는데, 3000배는 어찌해야 합니까?” 3000배를 권했던 도반에게 물었다. “108배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럼 도와주세요. 절하는 법도 알려주시고.” 술·담배를 끊겠다고 했다. 사실 절주와 절연을 미끼로 내 마음을 찾고 싶었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11월 3000배를 기다렸다. 혼자 청견 스님 동영상도 보고 108배도 연습해보고 있었다. 11월초 절에서 수능합격기원 500배가 있었다. 3000배에 도전하기 위해 동참했다. 이건 아니었다. 차마 욕은 할 수 없었고 입에서 ‘엄마야’라는 신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500배도 힘든데 어떻게 3000배를 해야 하는지 걱정이 기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15일, 해인사 백련암으로 향했고 인생 첫 3000배에 임했다.

초심자들은 미리 ‘절 저축’을 한다고 했다. 적광전에서 미리 300배를 하고 1000배에 돌입했다. 힘들게 첫 3000배를 회향했지만 억지로 내내 절한 것 같았다. ‘동안(同安)’이라는 법명을 받고 기분 좋게 내려왔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다음엔 안 오겠다.’

왜 그랬을까. 저녁에 눈 감을 때나 아침에 깰 때 백련암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해우소 앞 우물에서 물 넘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꾸 생각나서 너무 이상했다. 12월 3000배를 하루 앞두고 절 도반에게 백련암에 가겠다 전하고 다시 백련암으로 향했다.

이번엔 도망가고 싶었다. 1000배를 시작하는데 첫 3000배 때보다 더 힘들었다. 최대한 마음을 모아야 했다. ‘참회합니다’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힘들어 나중엔 ‘부처님 잘못했습니다’가 됐다. 그래도 힘들었다. 나중엔 ‘부처님,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를 반복하다 1000배가 끝나고 나니 하산하고 싶었다. 앞에서 절하는 거사 엉덩이에 수시로 머리를 부딪혔고, 피하기 위해 몸을 움츠리니 절은 뜻대로 안됐다. 상은 올라오고 신경은 예민해져갔다. 500배가 더 이어지자 상황은 악화됐다.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다 2700배에 들어가니 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은 희미해져갔다. 좌복에 머리 조아리면 딱 한 가지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잘 수 있다.’

몸이 말을 안 들었다. 기어코 적광전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하늘을 보니 별이 유난히 맑았지만 아름답지 않게 느껴졌다. 멍하니 그렇게 서 있었다. 한겨울 새벽 찬 공기가 다시 적광전으로 들어가게 했지만 부처님과 도반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도반들이 주는 간식을 먹고 힘을 내 3000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1차 회향과 달랐다. 육식과 음주를 즐기게 됐다.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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