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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중흥과 두 여인

혹독한 폐불로 제주불교 위기
신심 깊은 우바이 김만덕과
봉려관 스님 활약으로 부흥

1700년 한국불교의 현장에서 사연이 없는 곳이 있을까. 그렇더라도 제주처럼 곡절 많은 곳도 드물 것 같다. 오늘날 제주는 비교적 불교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불교신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계에서는 제주불교의 시작을 삼국시대로 추정한다. 당시 탐라가 백제 문주왕 2년(476)부터 관계를 맺었고, 고구려와 신라, 중국과 일본과도 교역했기 때문에 불교문화가 자연스레 유입됐으리라는 것이다. 고려 시대에 들어서는 추정을 넘어 본격적인 기록이 나타난다. 당시 사찰에서 불경 판각이 행해졌고 불교결사운동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제주불교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성리학을 표방한 조선이 들어서면서 제주불교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세종 때까지도 내륙지방의 스님들이 제주도를 찾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16세기 중엽 변협과 곽흘이라는 인물이 잇따라 제주목사로 부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는 불상을 싣고 사찰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러한 횡포는 1702년 목사 이형상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자행됐다. 명종 20년(1565) 4월, 유생들의 모함으로 제주로 유배 온 허응보우 스님이 장살당한 것도 이러한 척불 분위기였기에 가능했다. 절대 권력자가 휘두르는 훼불에 제주불교는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대다수 절은 폐사되고 더 이상 스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에서 불교가 제 모습을 갖춘 건 비구니스님에 의해서다. 제주 출신인 봉려관(1865~1938)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34세 되던 해인 1899년 우연히 만난 스님으로부터 관음상을 받은 그녀는 6년여 동안 생사를 건 염불정진에 돌입한다. 그 과정에서 큰 깨침을 얻은 뒤 제주불교를 중흥하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내륙으로 건너갔다. 1907년 해남 대흥사로 출가해 계를 받고 다음해 제주도로 돌아온 스님은 관음사를 창건하는 등 불사에 착수했다. 이후 봉려관 스님의 지극한 신심과 열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에 귀의했으니, 지금껏 스님이 제주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 봉려관 스님 이전에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여인이 있다. 바로 김만덕(1739~1812)이다. 그녀는 제주 기녀출신의 대상인인 동시에 극심한 기근이 들자 전재산을 보시해 수많은 생명을 살린 의인이었다. 정조는 이 대단한 여인을 직접 보기 원했고 그녀의 소원대로 금강산을 유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무렵 여인은 제주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파격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금강산에서 불교에 귀의한 뒤 안방에 불당을 차려두고 염불하면서 여생을 보냈다고 전한다. 김만덕이 금강산을 유람했다는 점과 만년을 염불로 지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무역업에 종사했던 그녀가 불교를 이미 신봉했으며, 그 때문에 불교성지 금강산을 택했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의 영웅으로 받들어진 그녀가 믿는 신앙이 주변에 끼쳤을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봉려관 스님에게 관음상을 건넨 스님도, 봉려관 스님이 법을 펴자 많은 이들이 귀의했던 것도 김만덕의 신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 이재형 국장
최근 제주도는 김만덕이 운영했던 객관을 재현하고 물품거래, 대장간체험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향후 이러한 행사들이 보다 발전해 우바이 김만덕의 정신세계로 확장되고, 그녀가 소중이 여겼던 신앙과, 그것이 제주불교에 미친 영향도 함께 조명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mitra@beopbo.com
 

 

[1334호 / 2016년 3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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