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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주역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다

  • 불서
  • 입력 2016.03.07 17:13
  • 수정 2016.03.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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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선해’ / 우익지욱 저 / 길봉준 역주 / 운주사

▲ '주역선해'
대화나 논쟁이 올바른 소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다. 상대가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다시 나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다. 상대의 주장을 명확히 알지 못하면 불필요한 논쟁으로 번질 수 있고 이를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내지 못하면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따라서 상대의 주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내는 노력이 성숙됐을 때 대화든 토론이든 진정한 의미의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중국 자생의 사상인 유교와 외래종교 불교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현세지향적인 유교와 탈속을 가르치는 불교는 태생부터 달랐다. 가르침을 세상에 적용하는 방식도 달랐다. 이런 괴리들은 유교와 불교의 숱한 분쟁을 불러일으켰다. 주로 불교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었다. 유교가 득세할 때마다 현세적인 입장에 서서 탈속의 종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학의 나라 조선의 500년 억불시대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유교와 불교가 반목만 한 것은 아니었다. 유교가 불교의 선종에 영향을 받아 성리학으로 발전한 것만큼이나, 불교에서 유교를 이해하고 이를 불교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도 적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주역선해(周易禪解)’다. ‘주역’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음과 양이라는 부호의 조합으로 귀결시킴으로써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동시에 유교에서는 성인의 가르침을 담은 최고 경전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 공자가 ‘주역’에 심취해 책을 엮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고사가 있을 만큼 난해한 책이기도 하다. 이런 ‘주역’을 중국 명나라 4대 고승의 한 사람이자 중국불교의 마지막 완성자로 추앙받는 우익지욱(藕益智旭, 1599∼1655) 스님이 불교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 유교와 불교의 융합을 이끌어냈다.

지욱 스님은 “당시의 유생들이 불교를 비방하고 서로 대립하게 된 시대적 배경을 극복하고자 유교 경전을 불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냈다”고 밝히고 있다. 지욱 스님은 ‘주역선해’를 통해 유교와 불교가 지향하고 있는 진리와 가치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설파했다. 불교에 대한 비방과 갈등을 일삼는 유학자들에게 불교를 효과적으로 이해시킴으로써 화해와 융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불교와 유교의 소통 의미를 넘어서는 뛰어난 학문적 성과이기도 하다.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주’역의 괘(卦)와 효(爻), 역리(易理)를 화엄, 천태, 유식, 계율, 선종 사상에 이르기까지 대소승을 종횡으로 무진하며 한줄기로 꿰어 해석해 낸 것은 지욱 스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욱 스님이 ‘주역’의 해석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조선에서는 불교가 유교의 탄압으로 산속에 숨어 겨우 명맥을 유지해야 했다. 조선에서도 지욱 스님 같은 스님들이 있었다면 조선의 불교 역사 또한 많이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책은 두껍고 내용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교에 대한 비방과 탄압을 이해와 소통으로 극복했던 옛 스님의 지혜가 극성스런 이웃 종교와 더불어 살아가는 오늘날 불자들에게 주는 교훈이 가볍지 않다. 8만5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34호 / 2016년 3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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