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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따뜻한 사랑의 작은 나눔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립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 기적을 선물하세요.”

2005년부터 이사장 소임 맡아
수많은 대외활동 참여하면서도
생명나눔 권선을 최우선 삼아

간이식 받았던 경험 바탕으로
지난해 희망등록자 5만명 달성
10년 만에 회원 15만명 확대

원력·자비 마음에서 나오는 것
“나눔으로 함께사는 세상” 발원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생명나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권유하느라 여념이 없다.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빨간 희망씨앗이 그려진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명함을 가장 먼저 건넨다. 많은 사람이 생명을 살리는 나눔 활동에 참여하길 염원하는 마음에서다.

1994년 법장 스님에 의해 설립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불교의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뇌사 시 장기, 각막, 조직 기증과 사후시신기증 희망등록 및 결연, 조혈모세포기증 희망자 등록, 생존 시 신장기증 결연, 혈소판 성분헌혈 공여, 헌혈증 지원, 환자치료비 및 수술비 지원 등 의료구호 및 사회복지 사업을 지속적해서 전개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공익법인이다. 불교 유일이자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 일면 스님은 2005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 매년 2억원 이상 희소병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스님은 “불교계에서 설립했지만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사랑을 실천하고 생명을 나눔으로써 참된 인류애를 실천하는 모임”이라고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설명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애정이 느껴진다.

이 같은 생명 나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스님이 단순히 이사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님은 생명나눔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오래전 진단받은 간경화가 악화돼 2000년 죽음의 순간에 직면했던 스님은 간회생불가능 판정을 받고 병마와 씨름 하던 중 뇌사판정을 받은 한 청년의 간이식을 통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주위에서도 다비식을 준비하려고 했을 때였다.

“1년 동안 16차례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희망이 없을 때였죠. 가진 것을 다 나눠 주고 깨끗이 정리하고 나니 나와 꼭 맞는 뇌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수술날짜를 기다리며 지금까지 주변에서 받은 복을 나눠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스님은 기적같이 나타난 기증자로 새 생명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수술 직전까지 기도 정진에 들어갔던 스님은 지금도 매년 자신에게 간을 이식해준 청년을 위해, 그리고 인연 있는 사람들의 안녕과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한 천도재를 올린다.

20시간의 수술 후 3일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남은 인생,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발원했던 스님은 건강을 회복한 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을 맡았다. 생명나눔의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더 이상의 적임자는 없었다.

▲ 희망등록 부스에서 봉사자를 격려하는 일면 스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명나눔실천본부의 홍보와 장기기증 희망등록 권선에 매진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나갔다. 대규모 행사, 대학교,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부스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한 명, 한 명에 정성껏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사업을 설명했다. 전국 가보지 않은 군부대가 없을 정도로 험한 산을 넘고 또 넘었다.

스님과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지난해 뇌사 시 장기기증을 약속한 희망등록자 5만명을 달성했다. 조혈모세포와 인체조직 희망등록자를 모두 합치면 회원은 15만명에 달한다. 11년 전 일면 스님이 이사장에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회원은 2000여명에 불과했다. 최근 몇 해 동안은 1년에 3000명 이상이 조혈모세포기증 희망등록을 하고 있으니 그 규모는 날로 커진다.

▲ 군법당 법회에서도 희망등록은 이어진다.

하지만 스님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연간 2만 명이 넘지만 장기기증희망자는 이식대기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장기기증자 비율은 0.7% 정도로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식 의료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활성화되기 어렵다.

“지금도 장기기증이라고 하면 손가락 하나가 잘려나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인식을 바꿔나가는 게 1차 목표지요. 게다가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 쉽지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 백사마을 소외가구에 직접 이불을 전달하러 가는 일면 스님.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말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유교적 사고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다 해도 두 번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가족이 동의하지 않아 실제 장기기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지난해 50여명의 생명을 살렸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2억원 이상을 희소병 환자와 경제적 어려움에 부딛힌 환자를 위한 치료비로 지원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불교계와 불자들의 도움이 컸다. 부처님 제자로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는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지 않겠냐는 일면 스님의 설명에 많은 스님이 감복, 희망등록 했다. 현재 생명나눔실천본부에는 2000여명의 스님이 회원으로 등록된 상태다. 최근에는 중앙승가대 등도 업무 협약을 맺고 스님들의 솔선수범을 약속했다.

▲ 매년 봄이면 희망걷기대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가수 김흥국, 아웃사이더, 국악인 박애리, 송소희, 연기자 김혜옥, 전광렬, 야구선수 홍성흔, 야구해설위원 양상문 등 스포츠·연예계 스타들도 홍보대사로 동참, 자살예방 교육 사업과 걷기대회, 음악회 등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더 많은 기증 희망자가 있어야 수혜자의 신체 조건과 맞는 기증자를 찾을 가능성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이치지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질병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이 아니라 서로의 생명을 나누는 일입니다.”

스님은 “가장 소중한 생명을 타인에게 보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생명나눔운동은 타인은 물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값진 보시”라며 “내 가족과 내 생명을 지킨다는 마음을 내보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 명예의 전당에 오른 지운 법사와 함께.

스님은 최근 ‘2016 한국을 빛낸 사람들’ 시상식에서 종교발전공로부문 대상을 받았다. 불교계 교육 발전에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생명나눔실천본부를 통해 불교계 생명나눔 문화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스님은 “모든 것은 불자들의 노력이 맺은 성과”라며 “앞으로도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한 생명을 살린다”는 일념 아래 묵묵히 나눔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일면 스님은 “부처님 말씀은 머리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담아야 하고, 원력도 자비도 마음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에도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과 모금 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자비나눔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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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 스님은

1959년 해인사에서 명허 화상을 은사로 출가했다. 자운 율사를 계사로 1964년 사미계를, 1967년 비구계를 수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 대교과, 동국대 승가학과를 졸업했다. 흥국사 주지,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총무원 사회부장,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조계종 교육원장,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광동학원·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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