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과 중도로 분별 허망함 밝힌 선서

  • 불서
  • 입력 2016.03.14 14:39
  • 수정 2016.03.14 14:42
  • 댓글 0

‘선종영가집 강해’ / 한자경 지음 / 불광출판사

▲ '선종영가집 강해'
남북이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듯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청와대, 여당 내 친박과 비박, 야당의 친노와 비노, 국민의당 내분까지 정치권은 복잡한 정치지형을 형성하면서 여러 갈래의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사는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와 ‘너’에 대한 분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결과다. 그러면서도 그 분별 속에서 어제보다는 오늘, 과거보다는 현재가 더 발전한 단계라고 굳게 믿고 있다. 또 저들보다는 우리, 너보다는 내가 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 정답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분별의 밑바탕에는 ‘같음’을 배제하고 ‘다름’에 주목하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다 같은 ‘인간’이고, 한 국가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사실임에도 그 사실은 잊고 사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부분을 모두 제외하고 다른 이들과의 차이에서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면, 그 삶은 궁핍하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분별을 통해 앞만 보고 달려서 전진하는 것은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그 기반이 되는 바로 아래 계단을 치워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허공중에 떠 있고 바닥으로 내려갈 길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지금 우리네 삶이 그렇다.

그렇다면 나라고 여겨온 그 나가 허공 속 환영이고, 꿈속 주인공이라는 것을 아는 무아의 앎은 어떤 것일까. 또한 그것을 아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이 책 ‘선종영가집 강해’는 오래전 그 길을 밝혀 놓은 영가 현각 스님의 가르침을 철학적 사색을 더한 오늘의 언어로 풀이했다.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가 자타를 분별하여 번뇌에 빠지는 표층의식의 작용에서 벗어나 심층마음으로 세계와 나를 하나로 아는 길을 조명했다.

▲ 한자경 이화여대철학과 교수.

‘영가집’은 현각 스님이 지은 10편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만들었다. 이 책은 그 10편의 각각을 각 장으로 삼아 구성했다. 책은 무명의 중생이 마음의 본래자리로 돌아가 일체 허망분별을 넘어 자유자재한 삶을 살게 돕는다. 나와 남을 가르고, 주와 객을 분리하는 모든 번뇌의 장벽을 뛰어넘어 우주 만물을 하나로 포괄하는 텅 빈 마음, 진여법신의 품으로 이끌고자 하는 것이다. 책은 그래서 구체적 수행의 전단계로서 서서히 준비운동을 시키고, 이어 본격적 수행을 제시한 후, 그 수행의 의미를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그에 합당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발원한다.

이 책의 핵심은 사마타, 위빠사나, 우필차 수행에 있다. 현각 스님은 사마타송에서 주객분별을 넘어 무분별로 나아가는 길을 밝히고, 위빠사나송에서 그 절대의 관점에서 다시 일체현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논한다. 그리고 우필차송에서 사마타와 위빠사나, 지와 관을 함께 취하고 또 함께 버리는 중도의 길을 제시한다. 바로 여기서 불교의 핵심인 공과 중도의 이치를 알아 분별의 허망함을 알게 하는 것이다. 비로소 삶도 달라질 수 있음이다.

조선시대 함허 득통 스님이 이 책의 서설에서 “구절마다 못을 끊고 쇠를 자르는 듯하며 말마다 명백하고 간단하니, 여래의 대지혜광명으로 하여금 세상을 다시 밝게 비춰 사바세계의 무거운 혼미함을 깨고 먼 길의 지름길을 제시하게 하였다”고 극찬했다. 이 책이 수행자에게는 수행의 길을 제시하고, 일반인들에겐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교과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