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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육근이 바쁜 아이들

밥상머리서 스마트폰하는 자녀 향한 말투는 이렇게

저녁식탁에서 금비(중2)는 숟가락을 든 채,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깔깔거린다. 이를 보다 못한 아빠가 화난 표정으로 “밥상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나무라자 금비는 “아이 짜증나!”라며 수저를 놓고 휙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돌발적인 딸의 행동에 아빠는 어이가 없지만, 오히려 엄마는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왜 촌스럽게 그런 걸 가지고 야단을 쳐서 아이 밥도 못 먹게 해요?”라며 비난하니 이 말이 더 서운한 아빠다. 즐거워야할 식사가 서로의 격한 감정을 못 이겨 분노와 후회의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다. 사실 금비 아빠도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는데 뜻하지 않은 결과에 곤혹스러웠고, 엄마 역시 본의 아니게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려 화를 자초했으니 후회스럽긴 마찬가지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서 사소한 말이나 행동으로 쉽게 상처를 주거나 또는 받는다. 격한 감정이 누그러지고 이성을 회복한 후,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파장을 보며 ‘내가 왜 그랬지?’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게 우리 인생인 것 같다.

한꺼번에 두 가지 하는 아이들
화 동반한 훈육은 반발만 키워
단호하되 따뜻한 목소리로 설득

요즈음 아이들은 음악 들으며 공부하고, 밥을 먹으며 친구와 통화하며,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눈과 손이 바쁘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는 격이니 지식도 두 배만큼 더 축적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오늘의 세대가 예전에 비해 더 바쁘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과연 실력이 그만큼 배가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마음의 속성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음은 한 번에 한군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를 동시에 집중하여 잘 할 수는 없기에 실력이 그만큼 더 증진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집중도는 낮아질 수도 있다. 예컨대 음식을 먹으며 동시에 책읽기에 집중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만일 음식과 책읽기를 동시에 하는 경우, 음식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읽는 책의 내용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고 이와 반대로 책읽기에 집중하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은 온통 볼 것, 들을 것, 하고 싶은 것 등 너무도 많은 자극이 늘 아이들을 유혹하니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살기에도 부족하다. 또한 현 시대는 이를 능력이라는 잣대로 보니 육근이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바쁘고 산만하게 움직이는 고단한 삶을 산다.

‘디가니까야 합송경33’에 “감각기능을 제어하지 않으면 탐욕스러움과 싫어하는 마음이라는 나쁘고 해로운 법들이 그에게 물밀 듯이 흘러들어올 것이다”는 말씀이 있다. 육근의 사용을 조절하지 않으면 온갖 해악의 유혹을 받아 불행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이다.

아기는 출생과 함께 감각기관이 작동을 한다. 따라서 오감의 바른 사용을 위한 교육은 유아기 때부터 시작하여 사물을 바르게 보기, 주위의 소리를 정확하게 듣기, 고운 말하기 등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복훈련 한다. 이는 후일 외부의 삿된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세상을 건전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과격한 말이나 행동으로 그만 상황을 파경으로 몰아가고 그 뒷수습을 위해 몇 배의 노력과 수고를 한다. 평소에는 자녀의 행동을 수용하고 이해하던 부모도 어떤 때는 화를 참지 못해 폭발한다. 이것이 늘 육근 단속을 늦추지 말아야할 이유다. 부모는 당연히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도록 훈육할 책임이 있다. 단 격한 감정이 앞서서는 안 된다. 화를 동반한 훈육은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단호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 잘못을 지적할 때 더 설득력이 있다. 아빠의 짧은 한마디 “금비야, 지금은 식사시간이잖니?”가 딸에겐 더 깊은 경각심을 줄 수 있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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