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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주수행 권은희 씨 - 상

기자명 법보신문

시어머님 덕분에 불연
대비주로 7일7야 정진
남 탓하던 자신 돌이켜

▲ 유림·70
경북 안동의 가부장적이고 완고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자랐다. 27세 때 고모님의 소개로 사윗감을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는 당사자인 나의 의견도 묻지 않으시고 혼인을 결정하셨다. 양반 집안이라는 이유 하나였다.

그 자리에 있던 또 한사람의 당사자인 남편감도 놀라서 “교직의 신여성인데 어떻게 얼굴도 보지 않고 아버지께서 결정하실 수 있으십니까?”하고 물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우리 애는 한 번도 내 말을 거스른 적이 없네”하고 다음날 내가 있던 대구로 신랑감을 데리고 오셨다.

마지못해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좋아 보이는 곳이라곤 티끌만큼도 없었다. 달리 대책은 없고 속으로 ‘결혼식 전에 도망가야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생각일 뿐, 새장에 갇힌 새가 그럴 능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은 크고 작은 일들이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참 미련하게도 참았다. 다행히 시부모님께서는 자애롭고 후덕하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친정 부모님 이상으로 믿어주고 사랑을 듬뿍 주셔서 남편에 대한 불만을 상쇄할 수 있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당신의 아들에게 “나는 며느리에게 은혜를 다 못 갚고 가니 네가 살면서 꼭 은혜를 갚으며 살아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교직생활과 육아로 바빠 종교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았다. 아이들이 다 성장한 다음에야 불연이 닿았다. 연로하신 시어머님을 모시고 초파일날 절에 다녀오기 시작한 것이 부처님을 만나게 된 인연이다. 이후 평소 불교TV를 즐겨보았는데 퇴직을 앞둔 어느 날, 내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는 한 스님의 법문을 시청하게 되었다.

법상 스님의 대비주수행 법문이었다. 인터넷으로 ‘덕양선원’을 검색하여 카페에 가입했다. 도반들의 수행기가 감동이었다. 특히 대비주 7일7야기도 자성불 수행 소감문에는 전율이 일어났다. 당장 가보고 싶었다.

2013년 7월5일, 백중기도 입재법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스님의 집전으로 대중들과 대비주수행을 했다. 그때 마침 혼자 대비주 사경기도를 6개월 정도 하고 있던 참이라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열흘 뒤 마음속으로 동경해 오던 대비주 7일7야기도 자성불 수행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곧바로 스님께 허락을 얻어 동참했다.

자성불 수행은 첫날부터 놀라웠다. 스님의 강의를 들으며 나를 분해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놓아 버리기 수행을 시작하자 여태껏 차곡차곡 쌓아둔 서럽고 억울하던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이틀째는 늘 남 탓을 하며 원망하고 억울해하면서 불평불만을 품고 살아온 그 대상을 찾았다. 그게 바로 나 스스로임을 깨닫고 나니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숨고 싶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수행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놀라웠다. 내가 어떻게 이곳에서 이렇게 거침없이 내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지. 스님께서는 어떻게 한순간에 철통같은 내 마음의 빗장을 허물어 버리시는지. 그 힘이 경이롭고, 이렇게 내게 찾아온 수행인연에 감사했다.

스님께서 과제를 내 주시면 촌음을 아껴 열심히 공부하는 도반님들도 무척 감동이었다. 정년퇴직을 하도록 수많은 연수를 다녔어도 ‘직무연수’를 제외하곤 책상에 앉거나 엎드려서 무얼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남녀노소 밤낮없이 수행에 열중하는 모습은 나도 할 수밖에 없도록 인도했다.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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