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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식 ‘천자문’으로 읽는 선종 역사

  • 불서
  • 입력 2016.03.21 17:07
  • 수정 2016.03.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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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천자문’ / 정원 스님 / 평심사

▲ ‘선종천자문’
이 책은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 스님이 기존 ‘천자문’ 형식을 빌려 1000자의 한자 중 단 1자도 중복되지 않게 4언4구 62.5행을 게송으로 서술한 선종의 역사서다. 그런 만큼 중국적인 세계관을 깔고 있는 일반 ‘천자문’과는 달리 전형적인 불교의 세계관을 표방한다.

‘世尊捻花 迦攝微笑(세존념화 가섭미소: 세존이 꽃을 드시매 가섭이 미소하고)’로 시작하는 ‘선종천자문’은 ‘欲識助辭 焉哉乎也(욕식조사 언재호야: 조사를 알고자 한다면 언제호야니라)’로 끝마친다. 정원 스님은 1000개의 글자로 인도, 중국, 한국의 저명한 선종인물과 그와 관련된 인연, 기연(機緣) 등을 시대별로 서술했다. 그렇게 다룬 인물이 무려 290명이며, 예문이나 각주도 1350여개에 이른다. ‘선종천자문’으로 간략한 선종의 언어와 역사, 그리고 선종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각각의 구에 대한 설명 전체를 한문으로 상세히 풀어낸 뒤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싣고 있는 점도 놀랍다. 또 중국 선어록을 비롯해 한국불교전서, 조선불교통사, 조당집, 한국불교대사전, 동양연표 등에 언급된 자료들을 토대로 선종의 법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선등세계약보(禪燈世系略譜)’를 수록했으며, 남악, 위앙, 임제, 양기, 황룡, 운문, 법안, 청원 조동, 태고에서 시작되는 주요 선사들의 전등 역사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 스님.

중국 양나라 때 주흥사가 ‘천자문’을 쓰고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 부를 정도로 모두 다른 1000자로 한자를 이용해 문장을 짓는다는 것은 난해함의 극치다. 한문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 아니라 고도의 훈련과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문을 사용했던 조선시대도 아닌 현대에서 선종의 특성에 맞는 천자문을 새로 만든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저자인 정원 스님의 한문에 대한 탁월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정원 스님은 2014년 표제어 총 3만3475개, 출전과 용례 2만5899개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문 선학사전인 ‘태화선학대사전(泰華禪學大辭典)’(총 3권)을 편찬한 실력자다. 스님은 4언4구 게송 형식으로 쓴 이 책 서문에서 “늙은 정원이 너무 한가함을 이기지 못해 칠주야(七晝夜)를 소비하여 이 사한을 지었다”며 “사언사구가 육십이반이니 일천자 중에 중복된 자는 없다”고 밝혔다. 전체 70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의 가격은 9만원이다. 010-7566-7503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36호 / 2016년 3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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