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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행복한 식사를 원하십니까

기자명 일운 스님

간간히 흩날리는 봄눈에도 나뭇가지에는 어김없이 싹이 돋고, 단단한 땅을 밀어낸 초록의 생명들이 기지개를 펴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 엄마의 젖을 떼고 이유식을 하게 되면 엄마는 아기의 건강을 위해 최대한 식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영양식을 만듭니다. 구입한 식재료에 인공감미료라도 들었을까 식품포장의 첨가물을 꼼꼼히 살핍니다. 즉 아기를 위한 건강식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기의 건강을 챙기던 지혜로운 엄마는 어느덧 아기가 TV를 보고 말을 하고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하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맙니다. 아기의 건강한 식습관도 동시에 사라집니다. 바쁘게 잘 짜여진 아이의 하루일과에 쫓기면서 가족의 건강도 함께 사라집니다. 어느 순간 아이가 원하는 식품을 선택하는 일이, 어르고 달래기보다 타협하기 쉬운 방법이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는 엄마와 함께 장을 보면서 구입한 가공식품,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그려진 가공식품, 그 프로그램 사이를 메우는 광고 속 다양한 가공식품 등이 포함되겠지요.

가공식품의 맛은 인공감미료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의 무의식중에 자리하고 있는 식품업체의 상술에 모두가 서서히 길들여지고 있음을 분명히 자각해야합니다. 색과 형태, 맛과 향 등에 현혹되는 것은 욕망입니다. 욕망은 욕심이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건강식은 욕심을 버리는 마음가짐입니다.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고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시키면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갑니다.

우리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 먹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식물의 싹이 자랄 때 깨끗한 자연의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자란 식물과 상품가치를 위해 화학비료에 의해 성장한 식물의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가지듯이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정성으로 이유식을 만들 때를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조리해서 먹였는지를 기억한다면 비싼 가격의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지 않고도, 인공감미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구나 집에서 직접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성인병을 예방하는 식단을 짤 수도 있습니다. 단지 맛과 향에 집착하지 않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식사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의 식습관을 면밀히 살펴보고 먹을 때와 만드는 방법 등을 지혜롭게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러한 마음을 낼 때 먹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며 욕심은 사라지고 행복은 그와 더불어 올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행복한 식사에는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작은 노력과 책임감이 따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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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다대(벌구다대)나물

 
겨울을 잘 견뎌낸 텃밭 여기저기에서 봄나물이 파릇파릇 물올랐다.

보리다대는 보리순이 자라는 초봄에 나는 나물로, 마을 사람들은 벌구다대라고도 부른다. 생김새는 돌나물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냉이와 근접한 곳에 자라서인지 숙채로 무치거나 된장찌개, 국에 넣으면 영락없는 냉이 향과 맛이 난다. 오늘은 망초를 조금 섞어 국간장과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냈더니 대중 스님들께서 봄내음 가득한 웃음으로 화답해 주신다. 

[1336호 / 2016년 3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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