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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즘, 군사대응으론 한계[br]폭력 낳는 구조 바꿀 때 소멸

기자명 이병두

‘메가테러리즘과 미국의 세계질서전쟁’ / 구춘권 지음 / 책세상

▲ ‘메가테러리즘과 미국의 세계질서전쟁’
현대사에 숱한 테러가 있었지만 9·11테러는 ‘현대 사회의 취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단순한 종이칼로 무장한 일련의 테러리스트들이 ‘세계 군비의 절반을 지출하고, 최첨단 감시 체계와 가공할 무기 체계로 포장된 미국의 불가침성’이라는 신화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실상 ‘9·11’로 대변되는 새로운 테러 공격의 가능성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예상하고 있었다. 옛 소련이 무너지고 동서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뒤 국가 간 갈등과 분쟁·전쟁은 사라져간 반면에, 세계 곳곳에서 종족과 종교 갈등이 폭발하여 참혹한 내전이 일어났다. 냉전 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들이 ‘서로 조심’하기도 하고 또 자신들의 우산 아래에 있는 나라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 세계 구석구석 사회 각계각층에서 분출하는 욕구의 충돌을 막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냉전 시기 미·소 두 나라가 지원·판매했던 무기들이 정부 통제를 벗어나게 된 것도 테러를 대형화·세계화했다.

세계화(저자는 ‘지구화’로 표현)가 넓고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역 간 격차가 점차 크게 벌어지고 과거 ‘20:80’으로 상징되던 ‘부자와 빈자’의 비율이 급속도로 심각해지면서 테러리스트 양산의 ‘온상’이 많이 생겨났다. 이런 원인과 배경은 무시한 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켜 탈레반과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켜 테러의 원천을 봉쇄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하드 타깃(hard target)’에서 ‘소프트 타깃(soft target)’으로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또한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영향력을 획득하기 위해 지역 주민 다수의 지지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인명 살상을 의도적으로 추구하지 않았던 과거의 테러와 달리, 국경을 넘어서 일어나는 오늘날의 테러리즘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적으로 설정한 사회를 충격과 공포의 상태로 몰아넣음으로써 그 사회의 정치권력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등장하는 것을 의도한다.” 이것이 ‘최대한의 인명 희생을 전략으로 하는 메가테러리즘’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테러리즘은 이전 ‘9·11 이전의 코소보·보스니아 내전과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등 미국이 압도적 군사적 우위에 기초해 질서 유지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세계 질서 전쟁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짙다.

평화활동가 아브네리(Uri Avnery)가 “설령 백만 마리의 모기들을 죽이더라도, 여전히 모기들이 사는 늪지가 있는 한 또 다른 백만 마리의 모기들이 나타날 것이다.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모기를 만들어내는 늪지를 말려야 한다”고 했듯이, 테러리즘 발생의 원인을 없애지 않고서 군사행동만으로 테러를 없애겠다고 하는 미국과 그 우방국들의 처방은 성공할 수 없다.

메가테러리즘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안보 위험의 하나다. 그러나 테러의 근본 원인, ‘세계화에 따르는 전 세계의 사회적 균열’을 제거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군사력만으로 ‘미국 중심의 일방적인 위계적 세계 질서를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폭력을 낳는 사회적 원천을 뿌리 뽑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메가테러리즘은 그것이 등장한 원인들이 소멸될 때 사라질 것”이고 따라서 그 “대응 전략은 원인에 대한 치유라는 원칙 아래 수립되고 지속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은, ‘고통의 원인을 소멸시키는 진리인 멸성제(滅聖諦)’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러면 고통을 소멸시키는 길(道聖諦)은? 저자는 요한 갈퉁이 말하는 ‘착취의 부재, 경제적·사회적 발전, 다원주의, 정의와 자유, 인권의 실현’이 그 길이라고 제시한다.

이병두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336호 / 2016년 3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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