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찰숲 가치 새롭게 밝힌 첫 생태역사보고서

  • 불서
  • 입력 2016.03.28 15:23
  • 수정 2016.03.29 06:35
  • 댓글 0

‘한국의 사찰숲’ / 전영우 지음 / 모과나무

▲ '한국의 사찰숲'
불교는 숲의 종교다. 부처님의 탄생, 수도, 정각, 설법, 입적이 모두 숲에서 이뤄졌다. 수행자는 ‘숲에 살고 나무 아래에 앉는다’고 할 정도로 숲은 사색과 명상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그 관계는 더욱 깊다. 경전에서 사찰의 입지 조건을 ‘수풀이 우거진 동산’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숲이 없는 한국의 사찰은 상상하기 어렵다.

실제로 전국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사찰숲은 3억여 평에 이른다.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군립공원의 산림 면적 중 사찰숲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8.3%, 15.5%, 13.6%에 달한다. 심지어 내장산 국립공원의 39.8%, 가야산 국립공원의 39%, 월출산 국립공원의 40.6% 면적이 각각 내장사, 해인사, 도갑사 소유의 숲이다.

사찰숲의 경제적 가치도 천문학적이다. 국내 산림 636만ha에서 창출되는 공익기능 평가액이 109조70억원이다. 이를 조계종의 산림 6만3000ha에 대입해 산정하면 매년 1조800억원을 창출하고 있다. 사찰숲은 종교적인 가치를 넘어 경제, 건강, 복지, 교육, 문화의 보고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사찰숲에 대한 불교계의 무관심이다. 그 넓은 사찰숲을 보유했으면서도 산림학을 전공한 스님이 단 한 명도 없는 현실이 그 무관심을 반증한다. 대중에게 사찰숲의 불교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올바로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찰숲 활용 현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치도 여기에 있다. 사찰숲의 기원과 형성 유래를 비롯해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이용됐으며, 오늘날 누가 얼마나 소유하고, 앞으로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 사찰숲은 종교적인 가치를 넘어 경제, 건강, 복지, 교육, 문화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영천 은해사 들머리 솔숲.

산림학의 권위자이자 소나무 박사인 저자가 사찰숲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숲과 문화’에 안정사의 ‘금송패’를 소개한 이후 문화의 창으로 숲을 읽고 해석하고자 시도했던 저자에게 사찰숲은 매력적인 천착 대상이었다. 그러나 사찰숲과 관련된 자료는 의외로 드물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수탈, 6·25전쟁 등을 겪으며 사찰숲과 관련된 대다수 자료가 망실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관련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조계산송광사사고’를비롯해 사찰의 완문, 매매문기 등에서 사찰숲과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냈다. 이 기록들을 퍼즐 맞추듯이 조각조각 맞추면서 마침내 사찰숲이 이뤄지는 과정과 사람들이 이용하던 모습을 온전히 그려낼 수 있었다. 또 일제강점기 사찰숲과 관련해서는 조선총독부 사찰림 벌채허가원이 큰 도움이 됐으며, 광복 이후 상황은 1960~70년대 신문기사를 적극 활용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사찰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숲에 적용한 자원 이용 방법은 오늘날 산업문명의 대안으로 우리가 찾고자 애쓰는 지속가능성의 살아있는 사례임을 역설한다.

지난해 법보신문에 연재됐던 내용을 보완해 엮은 이 책은 한국 산림연구의 영역을 크게 확대했을 뿐 아니라 사찰숲의 가치와 활용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자못 크다.

한편 저자는 고려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숲과 문화연구회장, 숲 해설가 협회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2만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