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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윌리엄 몽고메리 맥거번

‘인디아나 존스’ 실재 모델…대승불교 심취했던 탐험가

▲ 탐험가이자 학자, 저술가이기도 했던 윌리엄 몽고메리 맥거번.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시리즈는 실재 인물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재구성해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속에서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1942~)가 연기한 인디아나 존스의 실재 인물은 미국인 중국학자이자 탐험가인 윌리엄 몽고메리 맥거번(William Montgomery McGovern, 1897~1964)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삶은 끝없이 펼쳐지는 놀라운 모험으로 가득했다. 실제 그의 삶을 살펴보면 영화 속 해리슨 포드의 모험은 그저 단순한 에피소드 한편에 불과해 보이기까지 한다.

유년 시절 아시아 전역서 보내며
동양에 눈떠…중국어·일어 능통
불교 심취해 스님 될 것도 고민
철학 강의하며 불교서적 출간

티베트 잠입 달리아라마 친견
아마존에서도 대승불교 강설
바쁜 일상 속 명상 잊지 않아

1897년 9월28일, 미국 맨해튼에서 태어난 맥거번은 유년 시절 대부분을 아시아에서 보냈다.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 펠릭스 다니엘 맥거번(Felix Daniel Mc Govern, 1873~1934)의 잦은 전출로 그의 가족들은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녀야만 했다. 맥거번의 어머니 또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멕시코 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역사적 현장을 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린 맥거번을 데리고 멕시코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시아 몇몇 국가에 거주했던 경험 때문이었는지 맥거번은 20살이 되던 해 일본 교토에 위치한 정토진종 사찰인 니시혼간지(西本願寺)가 운영하는 류코쿠(龍谷)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불교에 심취해있던 맥거번은 학위 취득 후 한때 교토에서 스님이 될 것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생각을 접고 학문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과 독일 베를린대학을 거치며 다양한 학문과 언어를 배웠다.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맥거번이 티베트에 머물며 직접 찍은 포탈라궁전의 전경.

그는 어린 시절 일본과 중국에 살았던 덕에 일본어와 중국어를 능숙했다. 런던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는 오랫동안 학업을 이어가며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에서 중국어 강의를 했다. 또 ‘일본어 교육 지침서’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맥거번은 런던 주요 17개 대학에 속하는 명문 대학인 동양학대학(School of Oriental Studies)에서 일본어로 동양철학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 나라의 사찰을 자주 찾아다녔던 그는 본격적으로 불교 서적을 탐독하면서 불교에 심취했다. 1922년, 맥거번이 ‘대승불교 입문서(An Introduction to Mahayana Buddhism)’를, 다시 1년 뒤에 ‘불교철학 지침서(A Manuel of Buddhist Phil osophy)’를 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어린 시절부터 불교에 친밀했던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맥거번은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수준 높은 불교서적을 집필한 인기 작가이자 학생들에게는 실력파 교수로 인정받았다. 그의 재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맥거번은 언어 감각도 대단히 뛰어나 이 분야에서 놀라운 학문적 성과를 보였다. 실제로 그는 12개국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이런 화려한 경력은 그의 놀라운 삶에서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 당시 영국불교협회는 티베트 라싸에 불교학자팀을 보내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고, 티베트불교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인도불교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도불교협회는 영국불교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당시 영국 불교학계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던 맥거번이 학자들을 이끄는 팀장으로 선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팀원들과 티베트 기안체(Gyantze)에 도착한 맥거번은 티베트 정부로부터 라싸에 들어올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맥거번은 굴하지 않았다. 이번엔 기안체에 남아 티베트어를 배우겠다고 정부에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매번 거절당했다. 영국불교협회의 티베트불교 연구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맥거번은 이를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 1938년 출간된 ‘변장하고 둘러본 라싸’.

그러면서 맥거번은 혈혈단신으로 티베트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날, 얼굴을 검붉은 색으로 칠하고 티베트 현지인으로 변장한 맥거번은 현지 가이드들에게 가장 험한 히말라야 산길을 거쳐 라싸로 데려가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험난한 산길과 끊임없이 몰아치는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라싸로 향하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목숨을 걸고 험한 길을 돌고 돌아 라싸에 도착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라싸 공무원에 신분이 발각돼 다시 위태로운 상황에 봉착했다. 허락 없이 성스러운 도시인 라싸에 잠입한 외국인을 보고 다수의 티베트 스님들이 노했고, 일부 현지인들은 돌을 들고 몰려와 그를 죽이려고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13대 달라이라마였던 툽텐 갸초(Thubten Gyatso)를 만났지만 6주 후 그는 티베트에서 추방되고 말았다. 그는 라싸에서 머무는 6주 동안 찍었던 사진을 언제나 소중히 여겼다. 런던으로 돌아온 맥거번은 티베트에서의 파란만장했던 날을 책으로 엮어 ‘변장하고 둘러본 라싸(To Lhasa in Disguise)’를 출간했다.

이후 런던에서 교수생활을 이어가던 맥거번은 몇 년 후 자신의 단조로운 일상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게 됐다. 그는 남미 아마존으로 탐험을 떠나기로 결심하며 사표를 냈다. 그 후 2년간 아마존 정글 탐험을 마친 그는 500쪽에 달하는 ‘잉카 유적들과 정글 탐험(Inca Ruins and Jungle Path)’을 출간했다.

맥거번은 2년간의 정글 탐험 기간 중에도 자신이 불교적인 세계관을 지향하는 불교인임을 잊지 않았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물에 대해 분별을 한다는 것은 자의식을 형성한다는 것이고, 내가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둘이 아님을 아는 사람은 지혜를 얻게 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언젠가 그의 여행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꿈속에서 미륵보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유리보석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소리와도 같았다. 꿈에서 깨어난 후 나는 자의식과 지혜의 차이점을 깨닫게 되었다.’

▲ 1923년 출간된 ‘불교철학 지침서’.
그는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대승불교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1937년 맥거번은 ‘시카고타임스’ 도쿄 지사의 극동 아시아 특파원으로 발탁돼 중국을 시작으로 네팔, 인도 등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그가 네팔에 머물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전쟁에 신물이 난 맥거번은 취재기자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돌아갔다. 이후 미국 시카고로 이주, 국립역사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서 새 삶을 살았다.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력과 그가 거쳐 갔던 직업들, 또 12개 언어를 구사했던 뛰어난 언어 능력, 그런 바쁜 일상에서도 매일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고 불교서적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맥거번은 1934년, 67세로 그 화려한 삶을 마감했다.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 시리즈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맥거번은 그의 친손녀이기도 하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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