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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놀이식 교육

“뭐하고 놀았어”보다 “어떤 노래 배웠니”라고 묻자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함께 3월의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유치원은 갓 입학한 유아들로 활기가 넘친다. “우리친구들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어다니면 될까요?” 주의를 주는 교사의 말은 순간일 뿐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겐 볼 것 만질 것 등이 많아 얌전히 걸을 수가 없어 뛰어다닌다. 유아기는 골격과 대소근육이 상당히 발달하는 만큼 몸을 통제하고 이동하는 걷기, 달리기, 뛰기, 오르기, 던지기 같은 활동이 다양하게 증가한다. 그래서 유치원은 유아의 발달특성을 고려한 놀이중심 교육을 중시한다.

구체적 질문으로 대답 듣고
긍정적 공감하며 함께 대화
인형·로봇보다 신나는 놀이

“나비처럼 날아보자 훨훨, 메뚜기처럼 뛰어보자 폴짝폴짝, 지렁이처럼 기어보자 꿈틀꿈틀, 날아보고 뛰어보고 기어보자.” 교사와 함께 동요를 부르며 양손을 나비의 날개처럼 벌려 훨훨 날아도 보고 메뚜기처럼 폴짝 폴짝 높이 뛰어도 보며, 지렁이처럼 바닥에 엎드려 이리저리 기어보는 놀이 활동을 유아들은 아주 좋아한다. “‘나도 메뚜기처럼 높이 뛸 수 있어요’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앞으로 나와 보세요.” 교사가 유아의 끼를 친구들 앞에서 뽐내보도록 기회를 줌으로써 아이는 자신감과 발표력을 키우며, 동물들의 모습이나 특성에 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을 통해 왜 사람과 다른 생명체가 서로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도 배운다. 따라서 ‘놀이식 교육’을 맹목적으로 ‘논다’와 혼동해선 안 된다. 아이의 영혼은 티 없이 맑고 순수하여 교사와의 어떤 경험도 그대로 흡수한다.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처럼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거예요!’라는 모델이 되는 만큼 유아교사 자질이나 역할은 늘 부모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늘 유치원에서 재미있었어? 뭘 배웠니?” 귀가한 아이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던 엄마의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는 곤욕스러워 한다. 왜일까?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은 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엔 언어표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뭘 배웠니?”보다는 “어떤 노래를 배웠니?”라고 대답이 가능한 구체적 질문을 해보자. 아이는 양손을 활짝 벌려 나비를 표현하고 거실바닥을 기어가는 지렁이를 흉내 내며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아, 나비처럼 날았구나! 신났겠다.” 아이의 행동에 엄마의 긍정적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엄마가 ‘아이의 하루생활을 가치 있게 보며 엄만, 네게 관심이 많단다’라는 일종의 메시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아에게 가장 좋은 놀잇감은 값비싼 물건이 아닌 부모와의 대화이며 놀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 매우 어색해한다. 그 이유는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도움되는 지적놀이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앙굿따라 니까야’ 수레바퀴의 품에서 이러한 의구심을 해결해주는 부처님 말씀을 정리해본다.

“수행승들이여, 보시하는 것, 사랑스럽게 말하는 것, 유익한 행위를 하는 것, 알맞은 모든 곳에서 함께 지내는 것, 이 네 가지 섭수는 수레바퀴의 바큇살과도 같다. 이러한 섭수가 없다면 아들을 낳은 어머니와 기른 아버지도 자부심과 공경을 얻지 못하리라.”

여기서 섭수란 ‘지금 하는 일은 좋은 일이니 계속해서 더 완전하게 하라’는 뜻이다. 수레가 잘 굴러가려면 수레 바큇살이 모두 잘 갖추어져야 하듯이 부모됨의 섭수란 아이를 보는 다정한 눈, 사랑스런 말씨와 따뜻한 손길, 필요할 때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자애로움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모든 아이가 진정 요구하는 부모됨의 덕목이며, 자녀의 공경을 받을 만큼 훌륭한 것이라 본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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