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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실지견(如實知見)

세월호 참사 2주기의 아픔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는 말이 있다. 여실(如實)은 ‘있는 그대로’, 지견(知見)은 ‘알고 본다’는 뜻이다. 풀이하면 진리의 참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안다는 의미다. 의미로만 본다면 깨달음 혹은 견성(見性)과 다르지 않고 실천행으로 본다면 팔정도의 정견(正見)과 궤를 같이 한다.

정견은 바르게 보는 것이다. 실상을 바르게 봐야(正見) 바른 사유(正思惟)가 생기고 바른 말(正語), 바른 행동(正業), 바른 생활(正命), 바른 노력(正精進), 바른 알아차림(正念) 바른 선정(正定)이 가능하다. 팔정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여실지견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르게 본다는 것은 진실 되게 행동한다는 것이고 거짓 없는 삶을 산다는 의미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인이 갖고 있는 주관과 탐욕을 버릴 때, 진실은 실체를 드러낸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실을 가리려는 온갖 장막과 편견, 아집이 판을 치고 잠시 정신을 놓으면 진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협잡과 거짓, 음모만이 남기 십상이다.

오는 4월16일이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진도 앞바다에서 꽃잎처럼 사라진 아이들의 2주기다. 그러나 역사의 시계는 지금도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차디찬 바다에 잠길 당시에 멈춰서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고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들은 진실을 요구하며 차가운 거리를 헤매고 있다. 물에 잠기는 배안에서 유리창 밖을 내다보며 구조를 기다리던 불쌍한 아이들을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와 해경은 반성 대신 진실을 찾으려는 희생자 가족들을 오히려 무섭게 몰아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은 책임자를 가려내 분풀이로 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런 전대미문의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최소한의 다짐이다. 참사의 원인과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대상은 바로 우리가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이 반드시 여실지견 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8호 / 2016년 4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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