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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기억 속 베트남 전쟁 희생자들

최근 베트남 중부지방 빈딘성 떠이빈 고자이마을에서는 특별한 위령제가 열렸다. ‘빈안학살 50주년 위령제’다. 50년 전인 1966년 1월23일~2월26일 떠이빈 15개 마을에선 3주에 걸쳐 베트남 민간인 1004명이 한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일어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살이 일어나기 전 빈안(平安)였던 이곳은 떠이빈(西英)으로 이름을 바꿨다. 다시는 평안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은 9000여명, 사건 수로는 8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살된 주민들이 묻힌 땅 위에는 위령비가 세워졌다. 위령비 뒤쪽에는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던 당시 장면이 묘사된 벽화가 있다.

베트남 출신 틱동꾸아 스님은 58명의 피해자를 낸 쯔엉탄 마을 사찰에서 매일 아침 그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낸다. 집집이 가족 단위로 ‘따이한 제사’를 지낸다. 한국군에 의해 죽었다고 해서 ‘따이한 제사’라고 한다. 반세기가 흐르며 역사와 진실은 감춰졌지만 학살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한국과 베트남 사이 전쟁의 역사에서 참전 군인들을 학살자라고만 할수는 없다. 이들도 국가 안에선 민간인이며 또 하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들의 아픔에 대해서도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함을 물론이다.

이렇게 하나의 전쟁은 두 개의 기억으로 나뉘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은 취업과 이주결혼 등을 통해 우리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앞으로 양국의 관계가 발전적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깊은 상처를 직시하고 참회하며 그 위에서 갈등을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더불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돼버린 참전 군인들의 아픔도 품어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참회는 단순히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잘못된 역사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분노와 원한을 녹이는 일인 동시에 우리 한국사회의 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화해와 상생의 차원에서 아픔을 살펴보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자비정신을 가질 때 평화도 그 실마리를 보이기 시작한다.

▲ 임은호 기자
벌써 반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올해 한국군이 주둔했던 베트남 중부지방 곳곳에선 50주년 위령제가 열린다. 우리가 위안부 문제 및 강제노역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에 분개하듯 한국을 향한 베트남 사람들의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오래된 대승불교 전통의 국가다. 망각이 아닌 진실,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이 되도록 우리 불교계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38호 / 2016년 4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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