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역사는 다면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주인공은 여럿일 수 있고 전혀 다른 인물일 수도 있다. 유비가 살았던 시대가 ‘삼국지’가 아닌 짧은 단문 몇 개로만 남았더라면 중국 중원을 놓고 벌였던 그 치열했던 시대적 상황과 인물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황제인 유비만이 남게 됐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학교현장의 역사교육이 유비만을 가르치는 왕조 중심의 교육이라는 점이다. 이런 교육은 단편적이거나 나아가서는 역사의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 왕조사라는 것이 핏줄로 이어진 생물학적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역동적인 역사를 드러내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조선의 2인자들’은 왕조사 중심의 박제화 된 역사관을 극복하고 조선왕조 500년의 실제 주인공들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 시대에 집권했던 단 한명의 왕에 의해 좌우되고 유지되지 않았다. 역사의 순간순간에는 왕보다 더 권력을 누렸던 2인자들이 수없이 많았다. 2인자에서 왕이 된 사람도 있고, 2인자였지만 왕을 능가했던 인물도 있다. 어떤 이는 2인자의 삶을 모범적으로 보여 주었다.
저자는 건국, 창업, 욕망, 권력, 당쟁이라는 5가지 테마에 적합한 10명의 2인자를 조명하고 있다. 2인자의 삶은 여러 갈래다. 충신(忠信)도, 간신(姦臣)도, 척신(戚臣), 권신(權臣)도 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승승장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천한 가문에서 몸을 일으켜 권력의 꼭대기를 향해 간 사람도 있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들이 2인자가 되기까지 있었던 성공과 실패의 방식이다. 왕조시대에 2인자는 곧 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정점을 말한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의 끝이기도 하다. 그래서 2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처세술과 시대 흐름을 읽는 민감한 눈이 필수적이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통용되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불자라면 한 가지 더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다. 욕망의 끝에서 욕망에 탐착하지 않음으로 후세에까지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던 2인자들이다. 이들이 곧 욕망과 비움의 중도를 보여준 선지식이 아닐까 싶다. 1만8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38호 / 2016년 4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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