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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삼짇날, 한식과 조왕이야기

기자명 김유신

예로부터 3월3일, 삼짇날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자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귀하게 여겨 왔다. 나라에서는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며 친히 농사를 짓는 ‘친경례(親耕禮)’를, 왕비는 누에치기와 길쌈을 장려하는 ‘친잠례(親蠶禮)’를 행했다. 민간에서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굿이나 용왕제를 지냈고 절을 찾아 삼짇날맞이 불공과 방생을 했는데 주로 자손 얻기를 바라는 기자불공(祈子佛供)을 드렸다. 또한 꽃과 새순이 다투어 피는 산과 들로 봄나들이를 가는 ‘답청(踏靑)놀이’를 즐겼고 꽃들을 따서 전으로 부쳐 먹었는데 이를 ‘화전’이라 하였다.

찬밥 먹어 ‘냉절’ 불리지만
한식은 사실상 불의 명절
불의 신 조왕, 불교와 만나
불법 수호 조왕대신 변신

절에서는 삼짇날과 구월 구일(음력 9월 9일)에 부처님께 차 공양을 올렸는데 ‘삼국유사’에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충담사 조’를 보면 신라 경덕왕이 삼짇날을 맞아 경주 삼화령 부처님께 차공양을 올린 충담사를 만나 가르침을 구하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라는 구절로 유명한 ‘안민가’를 지어 깨우쳤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삼월 삼짇날과 가까이 오는 절기가 청명과 한식이다. 한식은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는 날이라 ‘냉절(冷節)’이라 불렀다. 최남선이 지은 ‘조선상식문답’에는 한식의 유래에 대해 “옛날 나라에서 종교상의 이유로 1년에 한번 봄에 새로 불을 만들어서 대궐 안으로부터 민간에 새 불을 반포하고 그에 앞서 묵은해에 써 오던 불을 금단하여 이 날은 불이 없어 지어 두었던 밥을 찬 채로 먹게 되니 이것이 한식이라는 날이다”고 밝히고 있다. ‘동국세시기’와 더불어 대표적인 세시기인 ‘열양세시기’에도 한식날이 되면 궁궐에서 버드나무로 피운 불을 임금께 올리고, 이 불을 다시 신하와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했다. 즉 한식은 이름과 달리 불의 명절인 것이다.

인류 역사 이래로 불만큼 인간의 경외감을 주는 존재도 드물다. 불은 어두음과 추위, 맹수의 공격을 물리치는 밝음과 따뜻함, 그리고 든든한 보호자다. 또한 화산이나 산불에서와 같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깨끗이 태워 없애는 정화의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불의 존재감은 곧 신앙의 대상이 되었는데 페르시아에서 기원한 ‘조로아스터교’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는 ‘조왕(竈王)’을 들 수 있다. 고대에 조왕은 불을 관장하는 신이자 집안의 안녕을 수호하는 절대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여염집에서는 터주신과 더불어 부엌신으로 조왕을 모시는 풍속이 남아 있는데 새벽에 첫 밥을 짓기 전 부뚜막에 정화수 한 사발을 올리고 ‘비손’으로 기원을 드리는 대상이 바로 조왕이다. 조왕을 달리 조왕증발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모습에서 유래한 바가 크다. 혹은 조왕할미, 조왕보살로도 불렸다. ‘삼국지(三國志), 위지 동이전’ ‘변진조’에 부엌신(竈神)을 모신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모셔 왔음이 분명하다. 조선불교통사의 저술자로 유명한 이능화(李能和)는 조왕의 기원이 단군의 신시에서 왔다고 했다. 불의 신 조왕은 불교와 만나 불법을 수호하는 ‘조왕대신(竈王大神)’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조왕대신을 호위하는 협시로는 장작 등 땔감을 담당하는 ‘담시역사(擔柴力士)’와 음식조리를 담당하는 ‘조식취모(造食炊母)’를 두었다. 옛부터 가정의 안녕을 지키는 존재로, 불법을 호지하는 신중으로, 오늘날에는 사찰음식의 상징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조왕이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38호 / 2016년 4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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