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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학대부모

어릴 때 상처 받은 부모 마음
세상·자녀 향한 앙갚음 되풀이
고통 싫어하는 생명본성 새겨야

“아이 행동이 조금만 거슬린다 싶으면 화가 확 올라와 소리를 지르거나 매질도 합니다. 이젠 아이가 저만 보면 눈치를 슬슬 보고 겁내는 데 그것을 보면 내가 왜 이러나 싶어 한심하고 반성도 하지만 잘 안 고쳐지네요.”

30대 후반인 엄마의 고민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고치려 한다는 점에서는 죄책감도 없는 부모보다는 훨씬 희망적으로 들리는 사연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친부모이거나 계모와 친부가 함께 행한다는 결과를 보아도 학대는 더 이상 동화나라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그간 우리는 자녀 학대란 계모의 전유물인 것처럼 믿었기에 전래동화 ‘콩쥐팥쥐’는 나와는 거리가 먼 동화 속 이야기였다. ‘콩쥐팥쥐전’이 어린이의 인기를 모았던 이유는 아동기 발달 특성과도 관련이 깊다.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고 도움이 절실한 시기에 ‘혹시 부모를 잃으면 어떻게 살지?’라는 불안심리를 이 동화는 잘 묘사함으로써 주인공 콩쥐에게 ‘심리적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으로 끝이나니 아이들은 부모의 생존에 감사하며 효심을 키울 수 있어 효과도 컸다.

사실 우리 전통 가족제도의 장점은 젊은 부모가 혹여 잘못된 양육이라도 할라치면 경험 많은 조부모가 이를 잘 조절하고 돕는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이제 대가족제도는 붕괴되고 핵가족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정교육의 멘토도 사라진 지금 일부이긴 하나 친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동화 콩쥐팥쥐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왜 부모가 자녀를 학대할까?’ 참으로 복합적인 심리 작용의 표출이겠으나 그 핵심은 ‘불건전한 마음’이다. 불건전한 마음은 어려서부터 심어진 마음 상처가 그 원인이다. 마음의 상처로 부모 자신도 불행하니 자식을 받아들일 여유나 배려의 공간이 조금도 없어 그저 세상 탓하며 누구에겐가 그 상처를 되돌려주고 싶은 ‘앙갚음’만이 존재한다. 앙갚음이란 어려서 부모로부터 학대나 무시를 당해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치유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 가장 힘없고 무력한 자녀나 타인을 괴롭히고 가정폭력 등으로 되갚는 잘못된 행동 유형이다. 학대 행위가 반복될수록 그 강도는 점점 세지는 특성이 있어 자기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렵게 되며 정신은 더 피폐해진다. 마치 손안에 늘 불덩이를 쥐고 있는 것과 같아 부모 자신을 태우고 자식도 태운다. 이처럼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는 대를 이어가며 무서운 과보로 되풀이되니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어리석어 고통을 겪는 중생들을 향해 다른 생명에 대한 위협은 결국 너 자신도 망치는 일이니 어서 무명에서 벗어나라고 일깨우셨다. ‘법구경’ 130, 131게송을 보면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살기를 좋아한다. 자기 생명에 이것을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이게 하지 말라. 모든 생명은 즐거움을 즐기나니, 그것을 때리거나 죽임으로써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은 뒷세상의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모든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받으며 안전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런 아이가 자신의 생명을 부모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낀다면 삶이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럽겠는가? 부모라면 나에게 두렵고 싫은 일을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연민 가득한 이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모 자신도 참기 힘들었던 고통을 훗날 내 자녀에게 되풀이하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어리석지 않은가? 그만큼 부모로부터 어떤 양육을 받으며 성장하느냐는 한 인간의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며 아울러 대를 이어가기 때문에 좋은 부모, 성숙한 부모 역할은 우리의 자산인 듯싶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39호 / 2016년 4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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