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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소중한 음식문화의 전승

기자명 일운 스님

 
불영사에서는 홍송(紅松)이 우거진 숲 사이로 울긋불긋 진달래 피어나고 개나리가 나지막이 울타리를 두르면 스님들은 포행길에 발길 드문 곳을 찾아 진달래꽃 한 바구니 소복이 채워 내려옵니다. 이런 특별한 날엔 모두가 모여 화전에 화채를 곁들여 봄빛향연을 즐기기도 하지요. 그리고 도량은 밭을 갈아 거름을 뿌리고 해마다 수확한 채소들의 밭 자리를 바꿔가며 농사지을 준비를 합니다. 그 사이 참나무 원목이 길게 늘어선 표고버섯밭에서는 종균을 넣어 둔 구멍마다 표고버섯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때에 맞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해가 빛을 더하고 나무숲이 그늘막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잘 짜여 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시때때로 새들이 노래를 불러주면 식물들은 아낌없이 보답을 하듯 무럭무럭 자라는 대자연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깨닫고자 하는 그 모습 그대로인-순리대로 돌아가는-원만함의 세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직접 땅을 일구고 밭을 만들어 적당한 때에 씨를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지지대를 세워주며 이렇게 1년을 오롯이 자식 돌보듯이 정성을 들여야만 거둘 수 있는 게 먹을거리입니다. 그 정성을 알기에 더욱이 직접 거둬들인 수확물을 먹을 때면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지금 사찰에서는 봄 식재료 특유의 쓴 맛이 도는 나물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 종류로는 냉이, 민들레, 씀바귀, 곰취, 머위, 쑥, 망초, 곤드레나물, 두릅, 홑잎, 엄나무순, 오가피순, 어느리, 우산나물, 돌미나리, 고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면역계, 신경계, 소화기계통에 좋은 재료들입니다. ‘사분율’에서 일상의 식품 모두가 약이라 말씀 하시며 제철음식을 골고루 섭생하라 하셨습니다. ‘금강명최승왕경’의 ‘병품(病品)’에서는 사계절 중 봄에는 가래와 심화병(화병)이 있으니 건강을 위해 떫고 뜨겁고 매운 것을 먹으라는 말씀에 따르면 식재료의 중요성도 있겠지만 그에 따른 조리방법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끝으로 종교를 떠나 음식문화의 근원을 같이하는 우리 선조의 지혜로움이 담겨있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내용 몇 구절을 옮겨봅니다.

‘몸을 튼튼하게 하는 기본은 음식물에 있고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에 달려 있다. 음식을 적당히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은 생명을 보존할 수 없고 약의 성질에 밝지 못한 사람은 병을 치료할 수 없다. 음식물은 사기(邪氣)를 없애는 한편 오장육부를 편하게 하며, 약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혈기를 자양하여 명을 늘린다. 사람은 이 두 가지를 몰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웃어른이나 부모가 병에 걸리면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식 된 사람은 음식과 약의 성질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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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화전

 
분홍나비가 나풀대는 것 같은 진달래를 자세히 보면 옅은 색과 짙은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금 짙은 색으로 따서 화전을 부쳐야 색이 곱다. 꽃잎이 찢어지지 않게 꽃술을 얌전히 뽑아내고 물에 가볍게 헹궈 면 보에 올려 물기를 없앤다. 곱게 빻은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귓불정도로 말랑하게 익반죽을 한 후 새알심만큼 떼서 동글납작하게 편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 후 한 쪽 면에 꽃잎을 한 장씩 붙이고 접시에 꿀을 발라 화전을 올려낸다.  

[1339호 / 2016년 4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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