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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비구니 기숙사, 붕괴될 때까지 방치하려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6.04.18 14:07
  • 댓글 2

2007년 3월 동국대 기숙사에 머물며 수학하던 종비생 스님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한 바 있다. 비구, 비구니 기숙사가 처한 상황을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다며 그에 따른 대책을 촉구한 자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1991년 완공됐다는 백상원은 부실공사로 인해 준공허가가 나지 않은 미등기 건물이었다. 백상원에 공급되는 식수에는 에폭시라는 화학물질이 녹아 나와 식수에 기름이 뜨고 파란색 염료가 섞여 나오는 청수화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또 건물 전체에 방수가 안 돼 천정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등 습기와 누수,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전기합선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었다. 평창동에 위치한 비구니 수행관 혜광원 또한 방수가 안 돼 건물 곳곳에 곰팡이가 피는 것은 물론 경사가 심해 매년 재학생 스님들의 실족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백상원의 실상을 전해들은 종단과 동국대가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신축 백상원 건립을 계획했다. 당시 중앙종회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백상원 신축불사 건립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 4월 신축 백상원이 낙성됐다. 그 이후 백상원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반면 비구니 기숙사 혜광원은 어떠한가? 2007년 건물 하자 문제가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혜광원에 본격적인 보수공사가 실시됐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그렇다면 9년이 지난 작금의 혜광원은 어떤 상태인가?

대웅전과 요사채 처마가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위태롭게 휘었다. 건물 하중을 견디지 못한 샤워실 벽면은 메마른 논바닥에 금이 가듯 쩍쩍 갈라지고 있다고 한다. 서까래가 썩어가고 있고, 금 간 유리가 문에 덧대어 있으니 부처님 모신 법당이라 말하기도 궁색하다. 보일러 수리공이 배관을 건드리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며 부분적 보수공사조차 거부하고 있는 동안, 보일러마저 자주 고장이 나 한겨울이면 바깥 온도를 밑돌 정도라고 한다. 또한 예불 시간에 굶주린 들개들이 경내로 들어와 비구니스님들을 위협해 그물망을 설치해 놓았는데 그마저도 철제망이 아니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도량에 비구니스님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작금의 비구니 위상과 직결된 것만 같아 씁쓸하다. 오대산에 머물던 사명대사는 ‘대들보와 마루가 깎여 있었고, 비가 들이치고 바람이 때려 부처님 얼굴에는 이끼가 낄 정도’였던 월정사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 5년 동안 권선문을 갖고 각지를 돌며 화주했다. 그 결과 1589년 법당을 중창하고 이듬해 단오절 낙성했다.

비구니 기숙사 보수, 건립 책임이 종단과 동국대 중 어디에 있는 지 따질 때는 아니라고 본다. 우선은 그 누구라도 권선문 들고 뛰어 다녀야 할 때다.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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