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의 여운
오디션 프로그램의 여운
  • 박동춘
  • 승인 2016.04.18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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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의 음악 오디션 프로는 매주 일요일에 열린다.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순수성은 청자(聽者)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자본에 물들지 않은 이들의 순수한 열의나 절품의 명기(名器:사람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화음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각자의 실력에 따라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절차는 다분히 민주적이다. 그래서 모든 참가자들은 결과에 승복한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공평한 참여기회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모두가 승자가 된 셈이다.

더구나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지는 이들의 향상된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느낀다. 우리 모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긍정적이다. 간혹 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경쾌하고도 아름답다. 일상에 찌든 소시민의 심신을 위로하는 청량제와도 같다.

필자가 이 프로에 관심을 가진 연유는 지극히 간명하다.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겁다. 특히 목표를 향한 치열한 노력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음악이라는 구심점에 모여들어 서로를 소통하고 배려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에서도 젊은이들이 이끌 미래사회의 긍정적인 일면을 보는 듯하다.

이들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연유는 무엇일까. 바로 작금의 현실세계가 너무도 삭막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추악한 사회현상들, 어느 때보다 각박해진 세상인심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디 이것뿐이랴. 청년층의 실업문제는 극단화된 사회현상의 일면을 드러낸 것이라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교차한다. 최소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사람의 도리를 강조하는 것도 어패가 있다.

맹자(孟子)께서 ‘항산항심(恒産恒心: 일정한 생업이 있어야 항상하는 마음을 지닌다)’을 강조한 것도 일맥상통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인 병리현상을 해결할 방도를 고민하는 지도층이 있기나 한 것인가.

최근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현란한 공약들이 난무했다. 이들이 내건 공약은 실로 충실히 이행될 수 있는 것이며 미래를 예견하고 포석한 미래지향적인 정책일까.

그러나 그 진정성을 확인할 길은 없다. 광주, 대구지역에서 일어난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석고대죄’는 무엇을 위한 대죄인가. 진정 잘못을 반성하고 단심(丹心)을 드러내려는 순수한 발로인가.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하심(下心)이 오래오래 유지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또 다른 사건사고 중에 유독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빈번하다. 이로 인해 일반시민들의 느끼는 충격과 상실감도 컸을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그 사회의 수준을 짐작하는 척도이다. 일단의 기미(幾微)에서 근원적인 문제점을 파악하려했던 옛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세상을 지탱해 주는 질서, 곧 윤리의식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일시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만연된 배금(拜金) 풍조가 우리 사회를 이처럼 병들게 한 것이리라.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도매금으로 규정해 버리는 현상은 인간의 고결한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돈의 노예로 전락된 사람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이익을 취한다. 따라서 체면과 염치가 사라진 사회로 추락하는 것이다.

어느 고승이 본 세상 사람들의 모습은 대개 짐승뿐이고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말이 세속에 사는 사람의 속성을 이리 표현한 말일 것이다. 필자는 모처럼 음악 오디션 프로에서 보여준 페어플레이(fair play)에서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마치 조촐한 잔치상을 대접 받은 것처럼.

특히 이번 경연에서 마음을 다해 서로의 노고를 축하해주는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 젊은 청춘들의 이런 배려와 포용력은 암담한 현실세계를 치유할 근원적인 에너지라는 점에서 미래의 희망적인 불씨를 발견한 셈이라 하겠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dongasiacha@hanmail.net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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