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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국회의원 선거가 보여준 교훈

기자명 함돈균

4월13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는 시민 일반은 물론이고 여론조사기관 및 언론매체들, 정당 관계자들까지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리멸렬한 야권의 리더십과 분열 상황에 비해 여권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고 있는 대통령이 제왕적 리더십을 자신만만하게 구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세가 떨어지고 의기소침하다 못해 커다란 위기감을 느낀 것은 직접 선거에 나선 야당만이 아니었다. 집권세력의 생각과 다른 국민의 목소리,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지극히 억압되고 퇴행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한국의 시민사회 전반은 아마도 공멸할 것 같다는 절망적 위기감까지 갖게 되지 않았던가 싶다.

그러나 결과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으로 뒤집혔다. 한국사회가 민주화 이후 겪었던 정치·사회적 상황으로서는 총체적인 퇴행을 경험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지금 민의는 이대로 우리 사회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국민은, 시민은 지금 이대로가 아니라 새로운 전환, 새로운 전진, 새로운 모색을 하자는 뜻을 투표로 보여주었다. 선출된 임기제 정부가 무소불위의 거만함으로 국민의 뜻과 시민의 생각들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겁박하던 시점에,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출현했다. 아집스럽기 이를 데 없는 정권의 아성 대구에서 비로소 ‘진짜’ 야당 국회의원이 탄생했고, 부산·경남에서 역시 다수의 야당 국회의원이 당선됐으며,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는 강남권에서도 여당은 근래 겪어보지 못한 패배를 맛봤다.

이런 선거 결과에 대해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태도를 바꾼 다양한 언론들의 갖가지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소위 ‘정치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이들의 ‘분석’이 얼마나 허구적일 수 있는지는 이번에 역시 분명히 확인되었다. 한국사회는 지금 사회 전체의 공적 기능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면서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지엽적인 차원의 정치공학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너나 할 것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의 ‘기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와 나라는 어떤 것인지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직면한 총체적인 위기, 예컨대 민주적 리더쉽의 부재, 경제성장 동력의 위기, 사회경제적 불평등, 갑질사회·혐오사회·자살사회의 도래, 여러 층위에서 발견되는 만연한 도덕성의 후퇴, 사회적 소통의 부재와 도를 넘은 계층·세대간의 극단적 갈등, 사회안전망의 부재와 헬조선 담론 같은 것들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차원의 부분적 위기가 아니다.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먹고사는 것만으로 이런 사회의 위기가 극복될 수 있을까. 짐승의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에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도입하고 사회를 그 방향으로 변화시킬지 생각하고, 함께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생죽음으로 자식 잃은 부모들이 거리에 나앉은지 2년이 되었지만, 위임된 임기제 권력이 국민을 하인 대하듯 하는 세월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다가 맞은 선거이기도 하다. 대오각성은 국민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국가권력에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강제할 수 있는 의지와 실천력도 우선은 국민이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함돈균 문학평론가 husaing@naver.com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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