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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곳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4.18 14:16
  • 수정 2016.04.18 14:17
  • 댓글 0

걸음걸음마다 모든 곳에서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을 만나게 되는 계절입니다. 흩날리는 꽃잎 아래서 활짝 웃고 있는 사람들의 기쁨을 보고 있자면 경전 속 환희로운 순간들이 겹쳐 보입니다.

꽃 있는 곳 부처님 환희 있고
깨달음 가기위해 정진 필요해
번뇌 물든 스스로를 경책하고
초심·열정 품고 정진 나서야

법당에는 꽃장식이 참 많습니다. 문에 새겨진 꽃살 무늬, 단청 속 꽃 모양 그리고 천정의 연꽃까지 정말 수많은 꽃의 향연입니다. 불교문화의 특징은 모든 상징이 수행의 안내 역할을 한다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 모든 꽃이 상징하는 바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경전 속에서는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꽃비 내리는 순간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꽃비가 내리는 순간에는 설법을 듣는 대중들의 마음에 깨달음, 환희가 일어나곤 하죠. 환희와 깨달음은 우리들의 무아종자가 꽃을 피우는 순간들입니다. 이 순간 내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느낀 천신들은 그 존재와 그를 이끄신 부처님을 수희찬탄하며 꽃을 흩뿌리는 것이겠죠.

우리가 법당에 들어가기 위해 꽃살 무늬 문을 여는 것은 세속의 일상 의식과는 다른 꽃비 내리는 의식인 깨달음과 환희의 의식으로 들어가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단청과 천장의 연꽃을 볼 때면 이 법당 안에서 지금 이 순간 꽃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환희로운 법회는 지금 이 순간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금강경에서는 금강경이 있는 곳은 그 어디든 부처님과 존경받는 제자들이 머무는 곳이기에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인 금강반야의 지혜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 금강반야가 눈에 보이는 문자반야로 형상화된 상징이 바로 금강경이기에 ‘금강경이 있는 곳은 부처님이 계신 곳’이라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불자들은 꽃이 있는 곳, 꽃비가 내리는 곳에서는 부처님의 환희 법문과 깨달음이 함께 하는 곳이라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꽃의 상징에 걸맞게 환희롭기 위해 노력하고, 깨달음을 위해 정진해야 합니다. 이것이 불교문화에서 꽃이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 범부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요?

수많은 세월 번뇌에 물들어 살아간 범부가 이고득락하기 위해서는 삶의 모든 것을 깨달음의 방향으로 정렬시켜야 합니다. 절에서 바라보는 문양, 문구, 심지어 풍경소리까지도 모두 우리의 삶이 습관적으로 번뇌로 향하는 것을 경책하고, 깨달음의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의도를 가지고 한 가지씩 세심하게 고려하여 디자인하고 배치한 선배 수행자들의 마음을 우리가 알아차려 번뇌가 아닌 깨달음으로 삶의 방향이 재조정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이제 세상 어디서든 꽃 그리고 꽃비를 볼 때마다 마음속 환희를 깨우기 위해 정진했으면 합니다. 자신의 깨달음 방향을 점검하고, 번뇌에 물든 스스로를 경책하며, 초심의 열정으로 정진했으면 합니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그렇게 대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 꽃비의 아름다움이 이 글을 읽는 도반들에게 부처님의 법문이었으면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우리가 세상을 환희롭게 바라볼 때 곳곳에 흩뿌려진 환희의 꽃들이 총천연색으로 빛나기 시작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그곳이 지금 이 순간에도 꽃비가 내리는 법당이 될 것입니다.

꽃비 흩날리는 계절, 우리 다시 한 번 환희와 깨달음의 길을 향해 정진합시다.

환희의 웃음이 가득한 깨달음의 나날이 되시길 거룩하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축원합니다.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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