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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예화와 비유법 ②

평소 독서·사색 습관이 비유법 고수되는 비책

비유법 가운데 직유법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가장 폭넓게 쓰인다. 고전에서 현대 문장에 이르기까지 직설법 아니면 직유법일 정도로 두루두루 쓰이는 비유법이다. 직유법은 ‘A는 B와 같다’는 형식이다. ‘~ 같은’ ‘~ 처럼’ ‘~ 인양’ ‘~ 듯이’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부처님, 직유·은유 자주 사용
사소한 것도 존재 의미 되짚어
‘고집멸도’ 진리 깨닫게 해야

서정주 시인은 시 ‘국화 옆에서’를 통해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며 직유법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이밖에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봄의 새싹처럼 희망이 움터오면” “부처님같이 존경하나/ 저 원수를 보되/ 부모와 같이 섬겨라” “무소의 뿔처럼 의지함 없이 당당하게 포교의 길을 떠나라” “법정 스님처럼 맑고 향기롭게 사는 길” 등의 표현이 직유법의 맛을 실감나게 살린 경우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법 중 하나가 은유법이다. 은유법은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간접적으로 연결시킨다. 그래서 암유법이라고도 부르는데 암유(暗喩)라 함은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겨서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하는 표현기법으로 직유법과는 그 형식이 대조적이다. 직유법이 ‘A는 B와 같다’는 형식으로 서로 동등하게 비유한 반면, 은유법은 ‘A는 B이다’처럼 A를 B로 대치한다. 원관념과 이를 비유하는 보조관념을 동일시해 A와 B의 가치가 같다는 뜻의 등가성 원리가 작용한다.

이를테면,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유치환 ‘깃발’)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김동명 ‘내 마음’) “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보드레한 에메랄드”(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일체가 오직 마음의 작용” “인생은 곧 고해이다” “색은 공이다” “진심은 심지이다” “진심은 여래이다” 등의 표현이 은유법을 감칠 맛나게 사용한 경우다.

부처님도 이러한 직유법과 은유법을 자주 사용했다. ‘증일아함경’의 비유법은 이러한 사례를 아주 멋드러지게 활용한 경우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녹야원에서 바다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만났을 때 “지금 무엇을 즐기는 중이냐?”고 묻자 젊은이는 “바다 속에는 여덟 가지 처음 보는 법이 있어 즐기고 있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첫째, 큰 바다는 매우 깊고 넓습니다. … 일곱째, 바다에는 진주와 같은 여러 가지 진귀한 보석이 있습니다. 여덟째, 바다에는 금모래가 있고 네 가지 보배로 된 수미산이 있습니다”라고 눈에 보인 현상을 쭉 나열했다. 반면 부처님은 여래의 법들을 바다라는 현상에 비유해 철학적으로 음미하게 했다.

“첫째, 내 법 안에는 계율이 갖춰져 있어 방일한 행이 없다. 그것은 저 바다처럼 매우 깊고 넓다. … 일곱째, 내 법 안에는 온갖 중생들이 집을 떠나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를 닦아 열반에 든다. 그러나 내 법에는 더하고 덜함이 없는 것과 같다. 여덟째, 큰 바다 밑에 금모래가 깔려있듯 내 법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삼매가 있다. 비구들은 그것을 알고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은 젊은이들에게 계율을 갖추고 탐욕과 번뇌를 털어내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바다를 깊고 넓게 바라보는 안목을 일러줬다. 은유와 직유법을 통해 불도(佛道)의 본질을 백사장에 사르르 젖어드는 파도처럼 그들 가슴에 젖어들게 했다. 바다의 자잘한 것들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되짚으며 수평으로 살아가는 일은 괴로움(苦)과 원인(集)과 없앰(滅)과 없애는 길(道)이라는 진리까지 깨닫게 해줬다.

이런 비유법을 몸에 익히는 길은 평소에 독서와 사색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반문하면서 체험 속의 소재를 찾아 신체구조에 빗댄 문장을 만들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어거스틴은 고민 끝에 이런 명문장을 만들었다. “사랑을 무엇에 비유할까? 사랑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손과 같다. 사랑은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달려가는 빠른 발과 같다. 사랑은 불쌍하고 곤궁한 사람을 살피는 눈과 같다. 사랑은 한숨과 울음소리를 듣는 귀와 같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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