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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문명 교류 이끌었던[br]1500년 네스토리우스교 역사

기자명 이병두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 / 김호동 지음 / 까치

▲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
1141년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 북방의 카타완 평원에서, 이슬람 세력의 맹주 셀주크 터키와 거란족 야율대석이 세운 카라키타이 왕국 사이에 전투가 벌어져 카라키타이가 승리하였다. 이 소식은 무슬림 세계를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로마가톨릭과 서유럽 세계에서는 야율대석이 기독교를 신봉하는 군주인 ‘사제왕 요한’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이런 소문이 교황에게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 단순히 서구인들의 무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을 전달한 사람의 의도적인 과장이나 그것을 듣는 사람의 희망적인 기대가 모두 작용했다. 저자 김호동은 이것이 ‘자신들의 위상을 높여보려는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도들의 의도’와 언제 십자군의 근거지를 상실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던 유럽인들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합해져서 만들어지고 전해졌을 것이라고 본다.

양쪽의 이런 ‘의도와 심정’은 카라키타이가 무너지고 난 뒤에 누군가 ‘사제왕 요한’의 이름을 빌려서 비잔틴 제국과 교황청에 친서를 보냈다. 1221년에는 동방에서 다윗이라는 왕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이교도 사라센들을 무찌르고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다시 기독교권에 기대를 갖게 하였다. 여기에 등장하는 다윗왕은 몽골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도였던 나이만 부족의 쿠츨루크였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가 칭기스칸에게 무너진 뒤에는 다시 ‘칭기스칸이 기독교도’라는 소문이 전파되면서 그가 ‘무슬림 세력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에 젖게 했지만, 그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게 된다.

그러면 ‘사제왕 요한’에 대한 환상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중세 유럽인들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을까? 또 어떠한 역사적 조건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여기에는 당시 유럽인들이 직면했던 교황권과 세속권의 대립이라는 내적인 분열상, 무슬림들의 위협에 시달리며 허우적거리던 십자군들의 상황, 그들의 지리적 무지를 자양분으로 자라난 유토피아의 환상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어쨌든 이제 서구 기독교권에는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한 몽골인들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로 대두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적지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그 적임자는 세계 선교 열정에 불타는 가톨릭 수도사들이었고, 그들이 험난한 여정 끝에 얻어낸 정보들이 몽골의 실체뿐 아니라 동방세계에 대한 서구인들의 무지를 깨뜨리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었던 것이다.

사절로 찾아온 수도사들을 통해 몽골의 대칸이 교황에게 보낸 친서를 보면, 당시 몽골인들은 세계정세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세계지배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몽골측은 사절들을 통해 칭기스칸이 서구인들의 뇌리에 강력한 군주로 각인되어 있는 ‘사제왕 요한’을 누르고 등장한 새로운 제왕이라고 강조했다.  ‘사제왕 요한’의 죽음을 알리는 새로운 소식을 서구에 전해지게 한 것도 몽골인이 세계정복 과정에서 서구 기독교권을 대상으로 만들어낸 교묘한 정치적 선전이었다. 이들은 몽골제국의 보호를 받으며 고위 요직에 진출하기도 했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도들을 적절히 활용했던 것이다.

주도권 다툼 끝에 431년 정통 기독교에서 파문되어 이단으로 낙인찍혀버린 뒤 네스토리우스파 교회와 신도들은 동방으로 진출해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 선교의 근거지를 세우며 복음을 전파했다. 이들은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다가 1930~40년대에 역사적 소명을 다 하고 소멸하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경교(景敎)라는 중국식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네스토리우스교가 동서 문명 교류와 만남에서 기여한 역할과 사명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숨을 쉬고 살아남아 있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병두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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