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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정수민 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 심시행·51
부모님은 장남으로 살아왔다. 나 역시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항상 그림자처럼 책임감이 뒤따랐다.

장녀라는 책임감에 압박
‘나’ 버리는 공부에 몰입
상념·수마 극복이 관건
매일 ‘천수경’ 후 좌선

‘나’라는 단어는 늘 부담스러웠고 힘들다는 생각이 공존했다. 그런 무게감을 덜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그 쉼을 처음 경험한 곳은 외할머니의 49재였다. 결혼도 하기 전인 처녀시절이었다. 불교를 몰랐던 당시엔 사찰이 주는 고요함과 평온함에 이끌려 절에 다니게 됐다. 나름 기도하며 소원도 빌었다. 결혼 후에도 꾸준히 절에 다니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절에 다니면서도 기복에 머물던 내게 참선은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단어일 뿐이었다.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중 해운대 신시가지에 살면서 시장을 가다가 우연히 ‘도심에서 불교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장녀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기복으로 떨쳐내던 내게 불교공부는 묘한 이끌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늘 ‘나’를 따라다니는 무게감을 내려놓는 기회를 다시 만났다. ‘나’ 없는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대광명사 참선반의 소개 글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조금 겁이 났다. 그러나 이미 여러 도반들이 참선하는 모습을 보니 함께하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 믿음으로 참선수행을 시작했다.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살아서 죽는 공부를 하고, 다음 생엔 인간 몸 받지 않으려고 수행한다.”

참선반에 들어가자마자 뇌리에 박힌 말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이때부터 마치 부처님께 내 생각을 얘기하듯이 말하고 성취를 바라며 절에 다니던 이전의 생활과는 점점 멀어졌다. 대신 참선반 보살님들의 경험을 듣고 자연스럽게 관법하며 편안해졌다. ‘내 안의 참나 너만이 할 수 있어’라고 되뇌며 마음은 안정돼 갔다.

하지만 그 편안함이 전부는 아니었다. 초기에는 온갖 상념이 주체할 수 없이 올라왔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하더니 어느 정도 좌선이 익숙하고 편해지자 이번에는 졸음이 쏟아졌다. 앉으면 잠이 오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지만 반복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그 시기에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의 점검을 받으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알고 보니 나만 잠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참선반 도반들 중 상당수가 수마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점검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스님께서는 잠이 오는 현상이 틀렸다거나 수행을 잘못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이 오는 것을 알아차리면 잠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제시해 주셨다. 스님의 점검 덕분이었다. 잠에 대한 부담을 확실히 줄일 수 있었고 알아차림을 반복하면서 어느 새 수마를 극복하는 방법도 찾게 되었다. 

좌선하는 시간도 바뀌었다. 참선반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도반들과 절에서 매주 2회 참선하던 시간이 언제부터인가 일상으로 들어왔다. 매일 새벽 5시 눈을 떠서 ‘천수경’을 읊고 20~30분 좌선을 하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가 됐다. 1시간 동안의 아침기도는 하루를 단단하게 여미는 첫 단추와 다름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참선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틈틈이 절에서는 경전 강좌를 듣고 봉사활동을 병행한다. 지역의 독거어르신께 보내드리는 밑반찬을 만드는 봉사활동에 동참하다 보면 이러저런 생각이 또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다시 공부하는 자리로 돌아오려고 노력한다.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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