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와 불살생계
지카 바이러스와 불살생계
  • 성화 스님
  • 승인 2016.04.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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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제31회 리우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최지 브라질에서 발생한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소두증이란 이집트 숲 모기에 물린 임산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열, 발진, 눈 충혈, 두통의 증상을 보이며 출산 시 신생아가 기형적으로 머리가 작게 태어나 두뇌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정신지체 장애와 심각한 성장장애를 겪는 질병이다.

이 바이러스는 브라질에서만 발생하는 질병인줄 알았지만 중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 등 이미 30여개국에서 발생하였고 올여름 유럽에서도 발생될 우려가 많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고 특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자관리 및 감염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숲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현재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숲 모기 서식지 여행이나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이고 가더라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숲 모기서식지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방역은 숲 모기와 무관한 수많은 생명도 희생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살생을 금하는 불살생계를 강조하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점에서 숲 모기도 지구상에 존재이유가 분명 있을 것인데 ‘소두증 유발’을 이유로 무작정 숲 모기를 죽이는 것만이 과연 최선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비록 인과응보를 말하지 않더라도 부처님 가르침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불살생계를 생각하니 불현듯 처음 출가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세속의 모든 애욕을 끊고 대자유인 되겠다고 삭발염의하고 전계대화상인 통도사 부방장 청하 큰스님으로부터 계를 받았다. 그것에 의지하여 청정승가의 일원이 되어 올바른 승가의 길을 가겠다고 발원했고, 무심코 지나가는 개미를 밟을까 조심하고, 남의 물건에 부러움이 생길까 염려했으며 처녀들의 엷은 옷차림에 마음 설렐까, 또 나를 위해 남을 속일까 걱정했던 지난날의 일들이 시나브로 스쳐 지나간다.

통도사는 1400여년 전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에게 부처님 정골사리와 가사를 받아 봉안한 적멸보궁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기가 매섭기로도 유명했다. 새벽예불이나 저녁예불 때마다 모기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잠을 잘 때도 모기의 공습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다. 모기를 잡자니 살생이요, 그냥 두자니 고통이 심해 난감했었다. 견디다 못해 문을 열고 모기약을 뿌린 적도 있었다. 그러고 난 다음날 죽어있는 모기를 볼 때면 출가 이래 청정하게 살아온 모든 생활이 무너지고 살생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법당에서 부처님을 바로 보지 못했고, 나로 인해 한 생명이 죽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 모기의 극락왕생 발원하며 참회기도를 했었다. 돌이켜보면 그 땐 자비심 가득했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인류는 모기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을 넘어 지카 바이러스가 출연하고 살인진드기, 메르스, 신종플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에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런 신종 바이러스의 출연은 편리함만을 좇는 인간의 절제되지 않은 삶이 원인이 됐다. 화석에너지를 남발하고, 무분별하게 숲과 습지를 파괴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켰고, 공장과 가정에서 배출한 오폐수 등에 의한 유해물질로 생명체의 유전자 변형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죽고 죽이는 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숲 모기를 죽임으로써 잠깐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살생의 업은 다시 인간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비록 숲 모기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역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는 없겠지만 그보다 먼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것이 인류에게 닥친 대재앙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성화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wing7020@hanmail.net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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