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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심판의 유효성 지속이 필요하다

4·13 선거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만한 점이 많았다. 진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인 선거이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정치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크게 담긴 선거였다. 이제는 선거의 결과를 두고 평가하기보다는 선거가 남긴 의미를 되새기고, 그 의미가 우리의 정치사에 진정한 의미로 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우선 가장 중요한 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 심판들의 유효성이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겠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의식하는 것은 선거 전후 한 달 남짓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있는데, 그러한 자조적 표현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우리 국민들이 선거로 드러난 민심을 스스로 올바르게 인식해야 하고, 그것을 정치인들이 쉽게 잊거나 무시하지 않도록 엄한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일조차 쉬운 것이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는 너와 나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가 만든 결과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 뒤에까지 결과를 두고 대립을 계속한다는 것은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짓이요, 국가의 존립을 근본부터 흔드는 짓이라는 것을 바로 봐야 한다. 어떤 조직이고 사람을 뽑을 때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일단 뽑고 난 뒤에는 그 결과를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그 조직은 붕괴되고 만다. 그런 일이 국가 단위로, 국민들의 분열이라는 대형 사태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역대 대통령들 중 누구에 대해서도 함부로 이름을 부르거나 모독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 내가 싫어한다 하여 그렇게 대통령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결국 내 얼굴에 침 뱉기 같아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내가 싫다 하여 그분들을 모독한다면, 우리 국민의 선택을 모독하는 것이요, 결국은 그 국민의 하나인 나를 모독하는 것이 된다. 나와 국민을 전혀 별개로 생각한다든가, 또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온전히 적대시 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필자의 생각과 태도가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 국가와 국민을 극단적인 양극화의 방향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자세가 어느 정도 요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을 인정하고, 그들도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이번 선거가 이룬 결과를 그 자체로 평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이룬 결과, 그 자체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이룬 결과가 다시 다음에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가지고 이번 선거의 결과를 평가하려는 것은 자칫하면 위험한 결과주의에 빠지게 된다. 4·19나 6·29 같은 역사적 사건을 논하면서, “그 뒤에 뭐 잘된 것 있어?” “결국 마찬가지였잖아?” 하는 식으로 평가하는 집단들은 대체적으로 음험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그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독재에 대하여, 또 잘못된 정치에 대하여 심판을 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그 뒤에 좋은 결과를 내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큰 의미를 깎아내리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이 그 뒤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가 축소되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변명이나 합리화로 이번 선거의 결과를 호도하려 하지 말고, 이번 선거의 결과가 가져올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파장들을 들먹이며 선거의 의미를 왜곡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와 야가 모두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우리 정치사에 올바르게 새기는 첫걸음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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