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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웃 위해 축원하기

이웃 고통 나누는 자비심이자 보살행

 
“일체 모든 중생들이 병고에서 벗어나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하며 이 수행의 공덕을 모든 존재들에게 회향하겠습니다.”

인드라망으로 연결된 삶
홀로 존재할 수는 없어
이웃과 고락 나누는 건
행복 이르는 최상의 길

부산에 사는 유순자(59·무간수)씨는 매일 아침 사경수행에 앞서 이웃을 위한 축원기도를 올린다. 병에 걸려 고통 받거나 삶의 무게에 지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주변 이웃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를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유씨가 이웃을 위한 축원기도를 시작한 것은 벌써 10여년째. 2007년 선천성 심장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을 때 누군가의 심장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부터다. 자신에게 심장을 건네주고 떠났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고맙고 또 미안했다. 유씨는 자신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떠난 그의 극락왕생을 염원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이웃을 위한 삶을 살기로 발원했다. 장기기증 캠페인에 동참했고, 난치병에 걸려 고통 받는 환자들을 찾아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또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한 지인들의 소식이 있을 때면 그날의 사경수행에 앞서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유씨는 “내가 장기기증을 받아 새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며 “매일 아침 사경수행에 앞서 이웃을 위한 축원을 하는 것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 말했다.

‘화엄경’에 따르면 이 세상은 인드라라는 그물로 연결돼 있다. 그 그물은 한 없이 넓고 촘촘하고, 이음새마다 작은 보석이 매달려 서로를 비춘다. 하나의 보석이 다른 보석들에게 빛을 주고, 그 빛을 받은 보석은 또 다른 보석을 비추듯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에게 빛과 생명을 주는 구조 속에서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라만상의 모든 관계가 경쟁이 아닌 협동에 의해서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웃을 위해 축원하는 것은 불교적 세계관을 이해하고 불자다운 삶을 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웃의 아픔까지 함께 하겠다는 지극한 자비심이자 보살로 거듭나겠다는 발원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수많은 대승경전에서는 이웃을 위한 보살행을 강조해왔다.

‘열반경’에서는 “보살이 장수하기를 원한다면 온갖 중생을 호념(護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생의 괴로움을 제거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를 해탈하게 하고, 온갖 공포에 떠는 자를 편안하게 한다면 정업(正業)의 인연으로 수명이 길어지고 마침내 지혜의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인도 무착 스님이 지은 ‘대승장엄경론’에서도 “세속의 어리석은 자는 늘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그로 인해 괴로움을 얻는다”며 “반면 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언제나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한 공덕으로 자리이타를 성취하는 것은 물론 최고의 열반을 얻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위한 삶을 먼저 실천한다면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이 같은 실천행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고통 받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매일 이웃을 위해 축원하고, 모든 중생과 더불어 살겠다고 발원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은 물론 혼탁한 현대사회를 맑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신행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명석 조계종 포교원 선임연구원은 “이웃을 위해 축원하는 것은 이웃의 고통이 곧 자신의 불행이고, 이웃의 기쁨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매일 10분만이라도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불자로서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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