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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정수민 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가족에게 참선 강요하던
과거 자신 돌아보며 참회
한 생각 돌이키면 감사뿐

▲ 심시행·51
요즘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등을 배접하는 운력에 동참하고 있다. 등을 만드는 일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리고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도반들이 있어서 더 고마운 시간이다.

이렇게 거의 매일 절에 가는 나를 보고 남편은 “절에 너무 빠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처음 그 말을 들을 때는 ‘남편이 이 공부를 같이 한다면 좋을 텐데’라는 서운함이 앞섰다. 하지만 그 마음도 곧 내려놓게 됐다. 내가 밝아지면 주위가 모두 밝아진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남편이 지적할 때마다 내가 더 잘해야 되겠다는 발원을 한다. 얼마 전에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아들에게서도 지적을 받았다. “엄마는 왜 절에 다니면서 그렇게밖에 못해요?”라는 말이었다. 아들의 표현이 맞았다. 나도 모르게 아들과 남편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이 공부를 같이 해야만 된다는 강요를 해왔던 거다. 부끄럽고 참회하는 마음을 재차 갖게 된다.

남편과 아들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바뀌었다. 그처럼 참선 수행을 하며 느끼는 가장 큰 변화도 있었다. 수행은 바로 일상에서 진리를 깨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생각’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 뒤따랐다.

나 자신도 알게 모르게 했을 모습들을 누군가 나 스스로 보게끔 하는 느낌을 하나하나 경험한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일어난다. 부모님께서 장남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이 예전에는 참 힘들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는 자식이 사회생활 공부를 미리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한 생각 돌이키니 고마운 일이었다. 내가 아는 만큼 보이고 듣고 느끼는 법이다. 모두 하나의 에너지로 돌아가는 세상사 인연인데 왜 그리 모르고 살아왔을까….

최근 대광명사에서 ‘금강경’ 실참실수 강의도 듣고 있다. 경전을 통해 설하신 부처님 가르침과 수행이 둘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수행정진하면서 새삼 깨닫고 보니 법문 알아듣는 재미가 크다. 스님 말씀처럼 모든 현상이 ‘참나’의 나툼이라는 진리를 온전히 알아차리고 싶다. 나와 대상이 실재, 실체하지 않음을 알아 더 이상 구하려는 집착을 놓고 싶다. 주시자(지켜보는 자)가 되면 저절로 집착하지 않고 내려놓게 된다고 하신다. 자꾸 놓자는 번뇌만 들끓지만 애써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여여한 수행이 되길 기원한다. 그렇게 수행하고 싶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여전히 많이 부딪히고 생각에 휘둘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나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살아서 죽는 공부라는 참선반에 처음 들어설 때의 대화를 떠올린다. 

때로는 감사함으로 충만해져 깊은 곳에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이해 온 참나, 내 마음 알아차림밖에 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절을 향해 걷는다. 고정관념을 깨고 차원 높게 발전하고 성숙하고 싶다.

이 삶의 가치는 지금 여기의 행복이다. 행복의 가치로 여기는 육체는 점차 죽어가고 있다. 이 생에 열심히 행복을 느껴 보라고 하신 말씀, 항상 기억하며 연습할 것이다.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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