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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예화와 비유법 ③

의인법은 스토리를 생동감 있는 만드는 비유법

비유법 중 의인법은 추상적인 성질이나 대상을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활유법이라고도 부르는데 무생물을 살아 있는 생물에 비유해 표현한다는 뜻이다. 인체구조에 비유해 인간의 생각을 되살리는 비유법인지라 상대에게 설득과 감동의 반응이 즉시적이고 그 효과가 크다. 의인법은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의지와 감정, 생각 따위를 비유하기 때문에 그만큼 스토리가 생동감 있고 뇌리에 강하게 기억시킨다.

상대 즉각적 반응…효과도 커
청중 눈높이 맞추는 게 관건
너무 평범하면 썰렁개그 전락

이를테면 “동해의 아침 해는 이두박근으로 북채를 둥둥 쳐 올리며 떠올랐다”라고 표현할 경우 사람의 팔뚝을 연상케 해서 일출이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해안선의 바위는/ 베-토벤처럼 귀가 멀었다”(신석정 ‘바다에게 주는 시’) “대지가 꿈틀대는 봄날” “입학식이 열린 교정의 마로니에 푸른 잎들은 손뼉을 치며 재잘거렸다” “팔짝팔짝 꽃들이/ 줄을 넘는다/ 한 줄 넘고 두 줄 넘고/ 꽃들이 줄을 넘는다”(송수권 ‘줄넘기’) 등의 표현 역시 마치 사람이 움직이듯 사물을 묘사함으로써 영상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인간의 신체 기관의 한 부분에 비유한 표현의 경우 그 유사성이 단어에 함축돼 스토리의 제목이나 문장을 특별히 강조하는 단어로 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마존 원시림을 일러 “지구의 허파를 숨 쉬게 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 있다. 강의 입구를 사람 입에 비유하는 “낙동강 하구”, 팔만대장경을 “민족 문화의 꽃”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반대로 자연현상으로 영역을 넓혀 “아우성치는 파도” “밤새 뒤척이는 바다” “응원의 물결” “광란의 밤” 등으로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빗발치는 비난” 등 자연 이미지에 사람의 생각과 움직임을 투영해 강조하기도 한다.    

그 다음 비유법 중 하나가 풍유법이다. 은유법을 한 차원 더 진전시킨 경우이다. 풍유법은 은유법의 형식 중에서 원관념을 숨기고 보조관념만을 제시해 보조관념 뒤에 숨겨진 풍자적이고 암시적인 의미를 통해 원관념을 표현하는 비유법이다. 표현 방식이 한 바퀴 빙 돌리는 것이라서 독자와 청중은 그 분명한 뜻을 파악하고자 풍유의 원천인 주변 환경을 잘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빙 돌리면 감탄과 웃음이 느껴 터져 나오고, 너무 평범한 소재로 비유하면 썰렁 개그 수준으로 전락해 스토리 품격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런 풍유법은 속담이나 격언이 대표적 사례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을 통해 ‘미물의 나약함’ ‘나약한 사람의 억눌림’ ‘소외된 자의 저항’이라는 의미와 스토리 유추관계로 파악토록 해 의미가 확장돼 전달된다. 어떻게 인용하느냐에 따라 “아무리 힘없는 인간이라도 지나치게 억누르면 반항한다”라는 뜻을 암시하기도 하고, “지렁이는 밟으면 꿈틀거리는 것이 아니라/ 본디/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네가 밟았던 것이다.”(박상건 ‘항거’)처럼 인식론에 근거해 잘못된 진리나 가치와 본질까지 비판하면서 지렁이의 존재와 저항을 더욱 강조해 의미를 확장해 부여할 수도 있다.

그 다음 비유법으로 대유법을 들 수 있다. 직접 그 사물의 명칭을 쓰지 않고 일부 혹은 사물의 특징을 통해 전체를 나타내는 표현 방식이다. 대유법은 제유법과 환유법으로 나뉜다. 제유법은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어느 한 부분으로 전체를 알 수 있게 표현하는 방법이고, 환유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의 특징을 통해 전체를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특히 환유법은 공간적·시간적·인과적 연상이 있다고 믿어지는 데서 성립된다. 일반적으로 대유법 대목에서 제유법과 환유법을 따로 구별한 탓에 많이 헷갈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굳이 나누어 외울 필요까지는 없다. 이 두 가지 방식을 통틀어 대유법으로 기억해도 무방하다. 

제유법 사례로는 “빼앗긴 들(조국의 땅)에도 봄은 오는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오직 빵(식욕)에 의해서만이 아니다”(‘잡아함경’) “관운이 좋은 그는 이번에도 감투(벼슬)을 썼다” ‘금수강산(우리나라)’ ‘백의의 천사(간호사)’ ‘약주(술)’ ‘요람(출생)에서 무덤(죽음)까지’ 등을 들 수 있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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